중국 공산당 '6중 전회' 폐막일과 겹쳐…미디어 행사 등 취소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알리바바는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하는 대규모 미디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매출액을 공개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매출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매출액 집계는 내일(12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행사 취소의 주원인으로 들었지만 중국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올해 11월 11일은 중국 공산당의 중요 행사인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이른바 '6중 전회'의 폐막일이기도 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오늘 공산당 100년 역사상 세 번째로 '역사 결의'를 발표합니다. 시진핑 주석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반열에 올리면서, 시 주석의 장기 집권 발판을 마련하는 '중차대한' 날입니다. 이런 날에 솽스이 행사를 부각하면 공산당에 밉보일 수 있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은 올해 들어 '공동 부유'를 국정 기조 전면에 내세운 상태입니다. '공동 부유'는 특정 소수, 특정 기업만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살자'는 기조로,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솽스이 기간에 얼마를 벌었다', '올해 또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가는 역시 공산당 눈 밖에 날 수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올해 '차분한 기조'를 택한 데에는 이런 정무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보다 적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코로나19 확산 위험은 상존했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 매출 성장보다 사회 책임 강조…중국 관영 매체 '싸늘'
중국 관영 매체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자 기사에서 '솽스이 축제가 매력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미디어 행사 취소 등 올해 달라진 솽스이 축제 모습을 전한 뒤 "지난 4월 독점 금지 위반으로 27억 5천만 달러의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받은 알리바바가 앞으로 저자세를 추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알리바바의 시장 독점을 문제 삼아 우리 돈 3조 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의 상장을 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다른 관영 매체들은 솽스이 축제 기간 '가격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베이징청년보는 중국표준화협회가 펴낸 '중국 소비자 보고서'를 인용해 축제 기간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눈속임 할인' 등에 주의하라고 했으며, 중국신문망은 30만 명의 젊은이들이 솽스이 축제 기간 불매 운동을 선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광둥성 시장감독총국은 알리바바와 메이퇀 등 16개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솽스이 축제에서 가짜 상품 판매, 과장 광고 등 부당 경쟁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습니다. 과거 솽스이 축제 열풍을 중국의 거대한 내수 잠재력이라고 앞다퉈 선전하던 모습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의 '찬물 끼얹기'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는 올해 또 매출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리바바는 구체적인 매출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11월 1~3일 진행된 1차 쇼핑 행사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이 88.8% 증가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올해 쇼핑 축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9만 개 브랜드가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내일 공개되는 최종 매출 집계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가우면서도 달갑지만은 않은 역설적인 상황, 알리바바가 어떻게 실적을 발표할지, 또 중국 당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