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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재택 vs 출근, 당신의 선택은?

[마부작침] 재택 vs 출근, 당신의 선택은?
일상이 된 마스크와 손 소독제. 어디를 가더라도 마스크는 꼭 써야 하고, 건물에 들어서기 전엔 반드시 체온 측정을 거쳐야 합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우리의 삶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달라진 것들 중에 재택근무도 포함될 겁니다. "일은 당연히 회사에서 하는 거지!"라는 지극히 당연한 문장에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당연히"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줬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회사는 전염병 감염 위험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에서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진 겁니다. 그리곤 재택근무가 우리 생활 속으로 훌쩍 다가왔죠.

확진자는 줄지 않고 있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점차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퍼지고 있어요. 재택근무에 대한 이야기도 슬슬 나오고 있고요.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아야 하는 것인지 말이죠. 해외에선 이걸 두고 직접적인 갈등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재택근무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근무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형태일까요? 마부뉴스가 오늘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재택근무 vs 회사출근 무엇이 답일까?"
 

재택근무 경험자는 10명 중 3명


과거부터 재택근무는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상상 속 동물처럼 느껴져서 그렇지, 생각보다 역사가 꽤나 길더라고요. 거의 반세기 전인 1969년(!)에 재택근무의 개념이 등장했거든요. 미국 특허청 소속 과학자였던 앨런 키론은 워싱턴 포스트에다가 글 하나를 투고합니다. 주제는 컴퓨터와 새로운 통신 수단이 우리들의 삶과 노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였죠. 앨런 키론은 50년 전에 노동자가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일이 노동자에게 오는 시대가 올 것을 예측해봤어요.
 
재택근무의 역사가 긴 만큼, 코로나19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곳이 있어요. 15%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2000년도 후반부터 원격으로 재택근무를 해왔던 네덜란드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주요 유럽 국가의 재택근무 비율을 나타낸 유럽연방통계청의 자료인데, 네덜란드는 2008년에도 그 비율이 10% 이상이었어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이후에는 그 수치가 모두 급상승하는 걸 볼 수 있죠. 5% 내외의 재택근무 비율을 보였던 독일도 13.4%로 급증했고, 핀란드는 그 비율이 25%까지 늘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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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에 재택근무가 확 늘어났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니까 우리나라 근로자에게 재택근무 경험을 물어봤을 때 있다고 대답한 경우가 전체의 34.1%나 되더라고요. 다만 유럽의 데이터는 "재택근무를 자주 한다"는 대답의 비율이고, 우리나라는 재택근무를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기 때문에 두 수치를 비교하는 건 무리일 겁니다. 재택근무를 운영하는지 회사 쪽 인사담당자에게 물어봤을 때는 절반에 가까운 48.8%의 기업이 운영한다고 대답을 했어요.
 

재택근무를 원하는 근로자들


재택근무를 경험했던 근로자들은 다들 만족도가 높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10명 중 9명이 재택근무에 만족하고 있더라고요.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높았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출퇴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의견이 절대다수였죠. 응답자의 86%가 대답할 정도거든요. 게다가 출퇴근 시간으로 버려지지 않는 시간에 여가 시간을 확보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의견도 36.5%나 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출퇴근 시간은 악명이 높습니다. 올해 5월 OECD 보고서에 실린 국가별 평균 출퇴근 시간에서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아래 시계 보이시죠?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평균 시간이 50분이 넘는 56.9분을 기록하고 있어요. OECD 평균이 30분을 살짝 넘기는 수준인데, 거의 2배 가까이 긴 상황입니다. 가장 짧은 핀란드(20.8분)와는 2.7배나 차이가 나죠. 직장을 수도권으로만 좁혀서 따로 분석해보면, 평균 출근시간은 1시간 27분으로 훌쩍 늘어납니다. 게다가 혼잡한 교통상황을 뚫고 출근해야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이걸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재택근무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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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이 사라지게 되면 직장과의 거리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도심에 몰려있는 직장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동네에 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거주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물론 재택근무를 전격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이상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긴 쉽진 않겠지만요. 미국은 조금씩 그런 변화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사내 재택근무 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재택근무에 관심 있는 직원의 45% 정도가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이사하겠다고 대답했더라고요.
 
그렇다면 재택근무를 하면 업무 생산성은 어떻게 변할까요? 미국의 경제연구기관(전미경제조사회)에서는 단축된 통근 시간이 경제 생산성을 5%가량 늘릴 거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2014년 조사한 연구에서도 사무실에 출근한 근무자보다 원격으로 재택근무한 사람이 13% 더 효율적이라는 결과가 나왔고요.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 연구소)도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전체 근무시간이 늘어났지만, 생산량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건데요, 시간당 생산성을 살펴보면 20%가 감소했죠. 그런데 이 논문에서는 이렇게 생산성이 감소한 이유가 다름 아닌 화상회의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집중해서 일할 시간에 팀 화상회의로 채워지면서 시간이 낭비됐다는 거죠.

 
??? : "싼 동네로 이사하면 월급 깎겠습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출퇴근의 사라짐, 그러면서 거주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미국에선 빅 테크 기업들이 물가가 싼 지역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임금을 차등 적용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모두 사무실로 출근했으니까 임금에 차등을 줄 필요가 없었지만, 재택을 하게 되면 생활비 수준을 고려해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사무실 출근 대신에 물가가 싼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 기존 임금 대비 10~25%나 깎인다고 해요. 차등 임금을 제시한 기업들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레딧 등이고요. 다만 임금 체계를 바꾸는데 직원들에게 명시적인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 터라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재택근무자에게도 동일한 임금을 주다가,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급여 체계를 바꾸는 기업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재택근무를 거부하는 경영진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어가자 애플은 9월부터는 사무실에 복귀를 하고, 일주일에 3번은 회사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재택근무를 계속하려는 노동자들의 반발도 있었죠. 재택으로도 충분히 일을 잘하고 있는데, 왜 출근을 해야 하냐는 강경한 목소리를 담은 편지를 팀 쿡에게 보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결국 사무실 복귀는 내년 1월까지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애플은 원격 근무 승인을 잘 안 해줬다고 해요. 애플 임원들은 "대면으로 보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게 필수적이다!"라는 강경한 자세를 유지한 탓에 재택 신청서 대부분을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IT 공룡 넷플릭스 역시 재택근무에 부정적입니다. 넷플릭스의 대표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재택근무를 "Pure Negative"라고 말할 정도로 그 어떤 장점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의 경험을 극장이 아닌 집에서, 즉 재택으로 돌리는 혁신을 해냈던 넷플릭스의 이런 선택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영화계에서 "넷플릭스 영화는 영화관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오스카 후보에 오를 수 없다!"며 몽니를 부렸을 때 넷플릭스는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어디서든, 동시에 영화를 즐기게 하는 것은 기존 영화와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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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대하는 기업만 있는 건 아닙니다. 트위터는 무기한 재택근무를 선언했거든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직원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겁니다. 페이스북도 비슷해. 본격적으로 재택근무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10년 내에 페이스북 직원의 50% 가까운 인력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어요. 아마존은 아예 근무 형태를 팀장의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하도록 결정했고. 재택을 하든, 재택과 출근을 혼합하든 모든 재량을 팀에게 넘겼죠.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은? 한국경제연구원이 2021년 매출액 상위 600곳의 비금융 기업에게 물어봤습니다. 총 130개 회사가 답변을 했는데, 재택근무에 따른 업무 효율성에 대한 질문에는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46.1%로 가장 많았어요. 생산성이 비슷했다는 의견은 43.8% 정도 됐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라인플러스, 야놀자, 직방 등 IT 업계 중심으로 무기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업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상 회복을 위한 단계가 진행돼 나가면서 점점 기업들이 근무 형태를 결정하는 시기가 다가올 거예요.
 

음... 일단 출근!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일단 출근을 하라는 걸까요? 직원들도 만족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전체적인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데 말이죠. 전문가들은 통제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겁니다. 관리자가 직접 보면서 생산성을 살피고 직원들을 판단하겠다는 거죠.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화상회의 시간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겁니다. 화상으로라도 직접 눈으로 보고 통제하겠다는 게 담겨있는 셈이니까요.
 
직원 입장에서도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을 겁니다. 승진이나 업무적 기회가 재택근무자보다는 출근하는 사람에게 우선 돌아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UCSB(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바라)에서 2019년에 나온 논문인데, 출근하는 행위 그 자체가 직원에게 더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상관성이 있다는 거죠. 실제 성과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측정 가능한 업무 성과에 따른 판단보다는 더 많은 얼굴을 비치는 지 여부, 관리자의 심리적 영향이 고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출근을 강요할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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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회의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회적 능력과 창조적 능력을 기르는데 화상 대면이 쉽지 않다는 거죠. 직접 면대면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잡담도 하면서 자발적인 브레인스토밍이 오갈 수 있을 텐데, 비대면에서는 그게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인적 네트워크가 이전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있어요. 커리어적으로 네트워크의 수축은 여러모로 좋은 건 아닐 테니까요.
 
다만 기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기업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대기업들입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은 재택근무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업무 환경일 거고요. 코로나19가 기업을 골라서 감염시키는 게 아닌 만큼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가 그 영향을 받을 겁니다. 작년에 조사한 걸 보니까 대기업은 재택근무 실시 비율이 60.9%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36.8% 수준이더라고요. 재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노동자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이후의 노동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부뉴스도 추후에 한번 집중적으로 다뤄보려고 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구독자 여러분의 재택근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대학생 구독자라면 비대면 수업이 되겠죠? 여러분의 재택근무 경험은 어땠는지 간단하게 알려주세요! 혹시 우리가 미쳐 놓쳤던 부분이나 함께 논의하면 좋을 이야기들이 있으면 댓글을 남겨주세요!(*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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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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