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골프연습장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조명했다.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업동이와 DNA - 골프연습장 살인 사건 미스터리'편이 공개됐다.
지난 1999년 7월 6일 새벽 1시, 강남의 한 골프연습장의 주차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여성이 발견됐다. 피해자 이서영(20세) 씨의 몸에서는 성폭력의 피해 짐작케 하는 정황도 보였다. 그리고 그는 두개골 골절과 심각한 뇌 손상으로 병원에 이송된 지 4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진행된 수사에서 경찰은 서영 씨가 지인을 기다리던 중 실수로 지인의 차와 비슷한 차량에 올라탔고, 이 차량에 타고 있던 이들이 서영 씨를 납치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생각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런데 2016년 12일, 서영 씨의 가족에게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서영 씨의 몸에서 발견된 범인의 DNA와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것. 이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함께 미제사건의 DNA와 교도소 수감자들의 DNA를 비교 분석하던 중 찾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찾아낸 DNA 일치자는 바로 연쇄 강도살인 등 총 14건의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 씨였다. 이에 전 씨는 서영 씨 사건 발생 22년 만에 성폭력 특별법상 강간, 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그러나 곧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전 씨는 강간 혐의만 인정했을 뿐 살인에 대한 혐의는 부인했고, 특히 함께 있던 형에게 살인 혐의를 미루었다. 그는 본인의 친형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서영 씨를 만나 차량 안에서 성매매를 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이후 형이 서영 씨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자신은 자리를 떠났고 이에 서영 씨가 폭행당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전 씨의 행위에 살해할 고의를 가졌다거나 살해를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 씨의 특수 강간, 강간치사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결정을 내렸고, 강간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제작진은 과거 업동이라 불리며 강남 유흥가에서 활동했던 전 씨에 대한 단서를 추적했다. 그리고 그를 알고 있는 제보자에게 그가 취객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며 수수료를 받아 생활했고, 더 나아가 취객을 타깃으로 한 범죄까지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했다. 사실 그는 지난 2002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학교 학장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먹잇감으로 삼고 승용차로 납치해 금품을 갈취하고 피해자의 목숨까지 빼앗았던 전 씨.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서영 씨 사망 사건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머리를 집중적으로 가격해서 여성을 제압했다. 그리고 그 이후 강도 상해 사건도 전부 머리를 때려 제압한 것과 일치한다. 죄명은 다를지 몰라도 사람을 공격하는 패턴은 동일하고 공범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일치하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제작진은 대학교 학장 살인사건의 공범 우 씨를 만나 서영 씨 사망 사건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그는 전 씨에 대해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전 씨가 여성을 추행하거나 해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번에는 전 씨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전화 접견을 통해 전 씨는 자신은 살인이나 폭행에 개입한 적 없으며 자신의 범행에 관한 것은 판결문 보면 된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판결문 속 주장을 다시 살펴봤다. 그러자 전 씨가 처음 진술에서는 형이 먼저 강간하고 뒤이어 강간을 했다고 했으나 이후 합의에 의한 조건 만남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전 씨는 피해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성폭행이 아닌 합의 관계라고 주장했던 것.
이에 전문가는 "정말 기억하고 진술하고 있는가 의심스럽다. 범행 당시의 기억은 없는데 반해 범행 전 과정은 구체적이다"라며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 진술 관련 전문가는 전 씨의 진술이 변경을 수월하게 만들기 위한 진술이라며 진술의 신빙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시신에 남은 흔적만이 객관적인 유일한 증거.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시신 상태에 대해 "보인 상처에서는 여성의 성기 부분에 굉장한 손상이 확인됐다. 이는 강제적인 성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두개골과 뒷목의 골절 양상에 대해 "그냥 넘어진 것이 아니라 맞아서 넘어진 것 같다"라며 범인이 서영 씨의 머리를 잡은 뒤 폭행하고 강하게 때려 뒤로 넘어지게 만들고, 머리를 땅바닥에 수차례 내리찍고 성폭행까지 한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전 씨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죽음에 대한 책임은 없는지에 의문을 가졌다. 전문가는 "같이 행위를 해서 결과에 이르게 한 맥락에 있어서는 동일한 공범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전 씨가 서영 씨를 데려가지 않았다면, 성폭행하지 않았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동정범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진술이 계속 번복되고 형이 한 행위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직접적으로 사망하게 하는 현장에 없어도 최소한 묵시적으로 동의했을 여지는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석방을 기대하며 모범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정황이 엿보이는 전 씨. 검찰은 지난 9월 23일 항소장을 제출했고 이에 곧 다시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전 씨의 혐의 중 강간치사는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이고 강간살인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상태라 살인의 의도로 살인행위에 가담했는지가 사건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의에 의한 살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전 씨는 죄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 이는 강간치사가 인정되어도 공소시효가 소멸되어 면소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전문가들은 강간치사와 강간살인을 구분하는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생명을 앗아간 성범죄에 한해서는 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강력 범죄와 성범죄의 공소시표가 폐지된 상황. 특히 성범죄의 경우 DNA가 남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오래 지나도 범인을 찾을 확률이 높고 피해자가 약자라서 치사인지 살인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