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수병 라벨 떼고 따로 분리수거하고 계시죠? 버려진 페트병을 고품질 재활용에 쓴다는 정부 방침에 잘 따르고 있는 건데, 이런 여러분들의 노력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헛수고에 그치고 있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장세만 환경 전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아파트 단지에 찾아온 재활용품 수거 차량.
커다란 집게가 각종 플라스틱류가 섞인 재활용품 마대를 올려 짐칸에 싣습니다.
이번에는 투명 페트병만 모은 마대 차례, 그런데 같은 짐칸에 쏟아붓습니다.
주민들이 애써 별도로 모아놓은 투명 페트병이 일반 플라스틱류와 순식간에 뒤섞인 것입니다.
경기도의 한 재활용품 선별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거해온 투명 페트병을 마당에 내려놓는데, 일반 플라스틱류 재활용품 더미에 뒤섞어버립니다.
[재활용품 수거업체 직원 : 다 그냥 섞어서 하는 거죠. 일반 저 혼합 플라스틱하고 (투명 페트를) 같이 섞어서 그냥 나가는 거예요.]
따로따로 배출하라더니 왜 뒤섞는 것일까.
정부 방침은 라벨이나 이물질이 제거된 순도 높은 페트병만 따로 모아 의류용 섬유 생산이나 식품 용기에 다시 쓰는 고품질 재활용을 늘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선별업체마다 기존 플라스틱 선별라인과 다른 별도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환경부 점검 결과, 전국 민간 선별시설 155곳 가운데 투명 페트용 선별시설을 갖춘 곳은 33곳으로 전체의 2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투명 페트를 애써 분리 배출해놔도 선별장에서 뒤섞여 저급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입니다.
[송옥주/민주당 의원(환경노동위) : 모든 재활용 선별장에 투명 페트병 분리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게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환경부가 고품질 재활용 생색내기에 급급해 설익은 투명 페트 분리 배출을 강행하는 바람에 시민들의 재활용 참여 노력이 헛수고에 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