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상화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시장이 과열되면서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새로 만들고 그것을 상장시켜주겠다는 업체들까지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컨설팅업체 가운데 일부는 시세를 조종한다는 의혹까지 있는데, 그것을 알 수 있는 계약서를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김정우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고, 이야기 더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지난 2019년 A 사는 자체 가상화폐를 발행해 국내 중소 거래소 2곳에 상장했습니다.
A 사는 이 과정에서 한 컨설팅업체와 가상화폐 발행과 상장 업무를 맡기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직 회사 관계자는 말합니다.
[전직 회사 관계자 : 한 달 정도 그렇게 컨설팅 작업을 해주는 데 2억에서 3억 정도를 받고요. 돈을 싸 들고 가도 이미 수십 팀들이 대기하고 있고.]
SBS가 입수한 당시 계약서입니다.
마켓 메이커, 즉 시장 조성이라는 제목의 계약서에는 컨설팅업체 서버를 통해 주문을 내 공정가격, 즉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한다고 돼 있습니다.
거래량을 늘리면서 가격 변동폭을 인위적으로 줄여 시세를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사실상 시세 조종행위를 한 것입니다.
실제 A 사 가상화폐는 한 중소 거래소에 개당 1원에 상장했는데, 20일 만에 6배 올랐다가 열흘 뒤 단 20분 만에 상장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김 모 씨/투자자 : (A사 대표가) '얼마 올라갈 거예요'라고 그러면 인터넷에 보면 진짜로 그렇게 올라가 있더라고요. 두 번 다 600%, 800% 그렇게 올라가 있는 거예요.]
A 사 대표는 SBS와 통화에서 "시세 조종업체와 만난 적은 있지만 계약서에 서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한 투자자에게는 시세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A 사 대표 : 3원대까지 가도 개의치 마시라고요. 작전상 하는 거니까. 어차피 그랬다가 저쪽으로 가면 확 올려 가지고 하여튼 다 전략이 있는 거니까요.]
가상화폐 관련 컨설팅업체 상당수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전직 회사 관계자 : 전부 다 돈 싸 들고 MM(시세조종)팀을 찾아다녀요. 내가 5억 줬는데 얘가 한 200억, 300억 만들어와 봐요. 안 하겠어요? 일생일대의 기회인데.]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시장 조성자(MM) 업무를 스스로 자처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규제 무풍지대 속에서 폭발적으로 커지는 가상화폐 생태계.
컨설팅을 빙자한 시세 조종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이재영, 영상편집 : 황지영,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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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단독 취재한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직접 접촉해보니…
[김정우 기자 : 일단 만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실명이나 휴대전화 번호, 또는 명함 등을 공개해야 직접 만날 수가 있는 구조였는데요, 그렇지 않다면 보안 메신저를 통해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먼저 MM업체 측에서는 투자 규모를 물어보고요, 소형 거래소 상장에는 수억 원, 대형 거래소의 경우에는 수십억 원 정도가 든다면서 가상화폐 제작과 상장, 홍보 그리고 시세 조종까지 한 번에 처리해준다고 자신을 했습니다. 수익은 2~3배 정도를 보장하면서 해외에 법인을 두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안심시켰습니다. 실제로 앞서 리포트에 소개된 MM업체 역시 홍콩에 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Q. 막을 수 있나?
[김정우 기자 : 말씀하신 것처럼 주식시장에서 미리 알게 된 정보를 통해서 거래를 하거나, 또는 이른바 '작전'으로 불리는 시세 조종행위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시장은 무법지대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처벌할 방법도 방안도 마땅히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주식시장에서 불법으로 여겨지는 모든 행위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는 9월부터는 이제 특근법에 따라서요, 소형 거래소는 상당수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대형 거래소의 경우에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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