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물탱크의 물이 새는 걸 막아주는 실링재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걸 비롯해 전반적으로 물탱크 관리에 허점이 많다고 저희가 며칠 전에 전해드렸습니다. 그 이후 부산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저희가 취재해봤더니 거기도 물탱크에 인증 받지 않은 제품을 쓴 걸로 확인됐습니다.
장훈경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의 한 아파트.
녹물이 나오자 지난달 말 물탱크 보수 공사를 벌였습니다.
내부의 녹슨 지지대를 바꾸고 벗겨진 패널에 도료를 발라 코팅했는데, 공사 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 물 틀자마자 페인트 냄새가 확 났어요. 그래서 도저히 이걸 먹으라고 할 수 있는 물이 아니구나. 손 씻는 것도 겁나더라고요.]
계속되는 민원에 관리사무소가 시공 업체에 문의했더니 냄새에도 불구하고 인체에는 해롭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업체에서 전하는 얘기를 그대로 전한 거죠. (업체가) 물탱크 청소를 해주겠다, 무료로.]
하지만 업체가 쓴 코팅 도료를 확인한 결과 선박용으로 피부에 묻으면 즉시 비눗물로 씻고 이상이 있으면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라고 안내합니다.
그런데도 해당 시공 업체뿐 아니라 도료 제조사도 이 선박용 제품을 수도용 물탱크에 써도 된다고 말합니다.
[도료 제조사 관계자 : 물탱크용의 기준이 강도나 이런 기준만 충족하면 되는거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전혀 이상은 없어요.]
현행 수도법은 수돗물과 직접 닿는 자재나 제품은 수도용 KC 인증을 별도로 받도록 했습니다.
해당 도료는 수도용 KC 인증 대신 산업 표준인 KS 인증만 받았습니다.
[김지구/물기술인증원 위생안전인증팀장 : 인증받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사용하시면 안 되는 걸로 확인됩니다.]
수도용 KC 인증은 페놀이나 납, 수은 같은 오염물질 함유 여부를 정밀 측정해 이상이 없어야 받을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밟지 않은 겁니다.
[보수 시공 업체 관계자 : (써도 되는 제품인지 안 되는지 (알고 쓰신 건가요?)) 더 드릴 말씀 없습니다.]
[김두일/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 대행업을 만들어서 전문적으로 (미인증 제품 사용 등) 감시를 하고 검사를 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 같고요. 민간 영역이라고 내버려 두기에는 피해가 너무나 크거든요.]
엄격한 기준의 인증 제도를 마련하고도 정작 현장에선 미인증 제품을 버젓이 쓰는 상황, 제도 따로 현실 따로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