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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술에 빠져 생활비 안 준 남편…비극으로 끝난 재혼

도박·술에 빠져 생활비 안 준 남편…비극으로 끝난 재혼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키우던 A(56·여) 씨는 지난해 8월 6일 생계를 위해 일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당했습니다.

처지를 비관한 A 씨는 이튿날 낮에 주점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남편 B(53)에게 '슬퍼서 죽고 싶다', '너는 정신병자였다', '죽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의 남편은 같은 해 6월 아들이 말을 듣지 않고 돈만 달라고 한다는 이유로 아들의 목을 졸랐고,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일어나자 집을 나가 다세대주택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한 차례 이혼을 경험한 A 씨는 B 씨와 재혼했지만, B 씨는 결혼 초기부터 도박과 술에 빠져 생활비를 제대로 준 적이 없었기에 싸우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A 씨는 집을 나간 B 씨에게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했으나 B 씨는 연락을 피했고, 생활비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음식점에서 해고당한 A 씨는 B 씨를 원망하며 낮술을 마셨고, "죽인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B 씨가 있는 주택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A 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는 B 씨를 발견했습니다.

화가 난 A 씨는 "지금 술 마실 때냐, 이혼 서류를 가져와라"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알았으니까 가라"는 답을 들은 A 씨는 술상에 있던 젓가락과 접시를 던진 뒤 갑자기 주방용 가위를 B 씨의 머리 위로 들었습니다.

놀란 B 씨는 A 씨의 손목을 잡았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B 씨가 손목을 놓치자 A 씨는 B 씨의 왼쪽 가슴을 한 차례 찔렀습니다.

A 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했고, 심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9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는 첫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습니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가위를 들어 위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남편을 찔러 살인의 고의가 없다며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평소 주량의 3배 정도 술을 마신 만취 상태였던 점을 들어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범행 도구의 형태와 가한 힘의 방향과 크기, 피해자의 상처 부위와 정도, 범행 당시 피고인의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은 친아버지를 잃게 됐다"며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고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혼인 생활에서 피고인이 겪었을 어려움에 비추어 범행 경위에 일부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에 불복한 A 씨와 검찰은 항소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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