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피는 2,602.59에 거래를 마치며,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 2,598.19포인트를 뛰어넘어 최고점을 경신했습니다.
이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 경제가 바닥을 찍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어느 때보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외국인이 원화 강세와 코로나19 백신 기대 등에 힘입어 코스피 매수 행진을 이어가면서 상승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 올해 마이너스 성장 유력…증시로 몰리는 돈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1%로 전망했고, 한국은행도 -1.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역성장은 1998년(-5.1%) 이후 처음입니다.
고용 상황은 여전히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2만1천명 감소했습니다.
지난 4월(-47만6천명) 이후 6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들어가면서 가까스로 나타난 경기회복 흐름이 다시 꺾일 우려가 제기됩니다.
10월 일평균 수출이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년동기대비 플러스로 전환된데 이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고 카드 승인액 등 내수 관련 속보지표도 개선 모습을 보여줘온 터였습니다.
이런 경기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증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패닉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증시를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외국인이 매수세에 본격 가세하면서 코스피를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올려놓았습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46조6천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27조8천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이달 들어서는 개인이 6조원 가까이 매도한 반면, 외국인이 6조4천억원어치 주식을 매집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30조원에 불과하던 증시 대금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0일 현재 63조원에 달하고 있고,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초 9조원 대에서 약 두 배인 17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 풍부한 유동성에 원화 강세…외국인 자금 유입
이 같은 증시 상승은 유동성 효과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글로벌 경제 악화로 각국이 초저금리 등으로 돈을 풀면서 유례없는 유동성이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유동성 효과가 미국보다 미국 이외 지역, 코로나19를 상대적으로 잘 통제하고 있는 아시아지역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 국내 증시에도 많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백신 기대감으로 코로나19가 앞으로 지속되기보다는 끝나는 이슈로 여겨지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미래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유 팀장은 "경제 정상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시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 자금도 유입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200원대를 넘나들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10원대 안팎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달러화 약세 기조로 신흥국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는 가운데 원화 강세를 타고 국내 증시로도 외국인의 뭉칫돈이 들어왔습니다.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 완화도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 지을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무역 갈등이 완화하리라는 기대도 큽니다.
그러나 시장 기대만큼 경제 정상화가 조기에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유 팀장은 "시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백신 조기 출시에 따른 경제 정상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의 가격은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