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석 달 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열차끼리 부딪쳐서 5명이 다치고 5시간 넘게 열차 운행이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조사를 해봤더니 사고를 낸 열차 기관사가, 당시 운전석 앞 창문을 가리고, 앞도 제대로 보지 않고 운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유가 뭐였는지, 임태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6월 상계역에서 차량 기지로 이동하던 빈 열차가 80여 명을 태운 다른 열차의 뒤를 들이받았습니다.
객차가 찌그러지고 들이받힌 열차 세 량이 탈선할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석 달간의 서울시 감사 결과, 뒤에서 들이받은 열차 기관사의 과실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파악된 사고 원인은 크게 2가집니다.
열차가 상계역에 접근하기 전 멈춰 섰다가 자동 운행 모드로 전환되는 이상 현상을 보였지만 해당 기관사는 관제센터에 알리지 않고 계속 운행했습니다.
또 부딪히기 직전까지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운전석 앞 창문을 차양막으로 가리기까지 했는데, 반대 차선에서 오는 다른 기관사 동료들을 보기 싫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이없는 행동에는 내부 갈등이 숨어 있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노동조합이 두 개 있는데, 소수 노조 간부인 이 기관사는 다수 노조에 속한 노조원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받아왔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열차 운행 중 차양막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운전업무와 무관한 휴대폰,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