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회의사당 밖에 의자 1만 3천 개 놓인 이유는

독일 베를린 국회(연방하원)의사당 앞에 7일(현지시간) 1만 3천 개의 빈 의자가 놓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 빈 의자는 그리스 섬의 수용인원을 초과한 캠프에서 최악의 생활여건 속에 체류중인 난민들을 상징합니다.

독일 난민지원단체 제브뤼케와 시워치, 캠프액트, 리브노원비하인드 등은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있는 그리스 최대 난민수용캠프 모리아에 체류 중인 난민 1만3천명을 대변해 국회의사당 앞에 같은 수의 빈 의자를 설치했다고 AFP통신이 전했습니다.

모리아 난민 캠프는 원래 2천8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현재 5배에 가까운 인원이 수용돼 있습니다.

난민들의 생활여건은 최악인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이민당국은 모리아 캠프에서 최소 17명이 코로나19로 확진됐다고 밝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지난주 40세의 망명 신청자가 처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모리아 캠프 전체에 격리 조처를 했습니다.

그리스는 캠프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난민지원단체들은 수용인원을 한참 초과한 모리아 캠프에서는 기본적인 위생조처나 최소한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브뤼케는 성명에서 "이제 모리아 캠프의 난민들은 죄수처럼 갇혀버려 인도주의적 비상사태가 심화됐다"면서 "우리는 공간이 충분한 만큼 이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난민지원단체들은 독일의 각 주가 그리스 섬의 불결한 생활여건 속에서 머무는 난민들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독일 국회의사당은 이번 여름 휴회했지만, 유럽연합(EU)국경 밖의 인도주의 위기는 휴가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그리스의 5개 섬에 설치된 난민캠프에는 2만4천 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 6천100명을 수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독일은 지금까지 그리스 섬의 난민캠프들에서 465명의 난민을 받아들였습니다.

대부분 아픈 어린이와 그 가족입니다.

앞서 베를린시는 이들 난민캠프에서 1천 명 이상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