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가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안전한 곳은 없다'는 방역당국의 경고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감염 흐름을 보면 교회, 방문판매업체 등 기존에 위험 장소로 지목된 시설이나 장소뿐만 아니라 동네 치킨집, 아파트, 실내체육시설, 고스톱 모임, 골프장, 김치공장 등에서도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새롭게 발생하는 양상입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에는 2.5단계, 전국에는 2단계로 시행되고 있지만, 감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점이나 지인 간 모임 등에서는 거리두기의 실천율이 떨어지는 것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어제(3일) 집계된 국내 주요 집단감염 사례 13건 중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서울 도심집회 등 6건을 제외한 7건은 새로 발생한 사례입니다.
집단감염 사례의 유형은 충남 청양군 김치공장(누적 19명), 서울 강서구 항공보안업체(10명), 경기 성남 치킨집 BHC 신흥수진역점(6명), 경기 가평 리앤리CC골프장(4명)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처럼 일상 곳곳의 집단감염이 점점 뚜렷해지는 가운데 감염 사실이 미처 확인되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n차 전파'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울산에서는 고스톱 모임과 관련해 지금까지 최소 12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역학조사 결과 한 차례 고스톱 모임에 참여해 감염된 사람이 이후 다른 지인의 집 고스톱 모임에까지 참석하면서 감염 고리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고스톱 모임의 다른 멤버가 방문한 의원에서도 확진자(직원)가 1명 나왔습니다.
주거 공간인 아파트 집단감염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수서1단지아파트에서는 지난달 28일 아파트 경비원이 처음 확진된 이후 5명이 추가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앞서 구로구의 한 아파트와 이 아파트 주민이 근무하는 축산업체 '비비팜'에서도 확진자가 35명이나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이 밖에 부산 진구의 한 목욕탕과 서울 은평구의 한 미용실에서도 각각 최소 7명,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방역당국은 이런 산발적 집단감염이 겨우 잡히기 시작한 확산세를 다시 폭발시키는 불씨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어제 브리핑에서 "지금은 직장, 종교시설, 학교 등 그 어떤 장소에서든 언제든 감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잠깐의 방심이 우리의 일상을 아주 오래 멈추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방역당국으로서는 국민의 이동량이 많아지는 추석 연휴를 맞기 전 확산세를 확실하게 꺾어 놓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추석 연휴를 맞게 될 경우 자칫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사태처럼 순식간에 다시 확진자가 급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성 여부와 관계없이 일각에선 추석 연휴 '이동 제한' 조치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대책과 관련해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현재 환자발생 상황이 중요하다"며 "현재 감염이 전파되고 있는 양상들을 어떻게 파악할지에 따라 준비할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