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공기업이 투자하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들이 현지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에 맞춰 건설·운영되면 해당 지역에서 기대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조기 사망자가 많게는 연간 5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환경단체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더는 허가하지 않고 기존 석탄 발전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음에도 정작 해외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더블 스탠더드, 살인적 이중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칠레 등 해외 8개 석탄화력발전소에 약 57억 달러, 우리 돈으로 6조 7천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에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석탄발전을 가동하더라도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
먼지 배출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지만, 이들 국가는 국내 기준보다 질소산화물은 최대 18.6배, 이산화황은 최대 11.5배, 먼지는 최대 33배 배출해도 괜찮을 만큼 배출기준이 느슨합니다.
그린피스가 한국 금융공기업이 투자하거나 투자 예정인 아시아 지역 10개 석탄화력발전소를 분석한 결과, 이들 발전소에 현지의 배출설계와 설비 가동 데이터를 적용하면 8개가 세계보건기구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높게는 22배까지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서 배출한 이산화황에 200만 명, 이산화질소에 70만 명, 미세먼지에 10만 명이 노출되며, 대기오염 관련 기존 학술연구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매년 최소 1천600명에서 많게는 5천 명의 조기 사망자 발생이 예상된다고 그린피스는 밝혔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각 발전소를 평균수명(30년)만큼 운영하면 조기 사망자는 최소 4만 7천 명에서 최다 15만 1천 명에 이르며, 이들 중 13%는 발전소와 무관한 인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그린피스는 예측했습니다.
조기 사망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흡입에 따른 국소 빈혈성 심장질환이 1천340명으로 가장 많았고, 뇌졸중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린피스는 "해외에서 석탄발전 투자를 지속하는 한국은 이미 '기후 악당'"이라며 "하루빨리 해외 석탄 투자를 중단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