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동한 반극우 풀뿌리 시민운동의 정치 집단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운동의 리더급 인사들이 오는 3월 전체 회의를 열고 미래를 논의하기로 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ANSA 통신에 따르면 일명 정어리 운동을 이끈 인사들이 오는 3월 14∼15일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 스캄피아에서 전국 규모의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모임에선 정어리 운동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정어리 운동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운동이 끝내 정치단체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잡힌 일정이라 현지 정가의 시선을 끈다.
스캄피아는 이탈리아 내 가장 빈곤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마피아 조직 '카모라'가 주도하는 마약 밀매와 폭력 등 각종 범죄로 악명 높은 곳이다.
모임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일종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어리 운동 창시자 4명 중 하나인 마티아 산토리는 "스캄피아는 그동안 언론에서 몹시 나쁜 곳으로 묘사돼왔지만, 이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서 지역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이곳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정어리 운동은 산토리를 비롯해 볼로냐 출신 30대 4명이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분열과 증오를 조장하는 극우 정치와 극우 성향의 제1 야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에 저항하는 집회를 제안한 게 시초다.
정당·시민단체의 관여나 지원을 일체 배제하고 순수 민초들의 자율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을 표방한다.
지난해 11월 14일 1만4천여명이 모인 볼로냐 첫 집회를 시작으로 밀리노, 토리노, 로마 등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스스로를 칭하는 정어리는 수백만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며 자신보다 몸집이 큰 어류에 대항하는 어류다.
미약한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정어리는 집회의 상징이 됐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도 이를 '정어리 집회' 또는 '정어리 운동'이라고 명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두 달째 지속한 정어리 운동이 1차 목표로 삼은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선거(26일) 이후 현 정치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