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해군 소령 시절 이국종 교수는 해군 행사마다 정복을 입고 참가해 중령 이상 상급자들에게 깍듯하게 경례하는, 각 잡힌 군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국종 교수보다 나이 어린 장교들은 이 교수한테 경례 받기가 참 곤혹스러웠습니다. 마침 해군 본부가 작년 12월 이 교수를 명예 중령으로 임명해 '경례 불편 해프닝'은 많이 줄었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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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 순항훈련전단과 한달 간 태평양 횡단
지난 8월 진해 군항을 출항한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필리핀 마닐라를 시작으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네덜란드 로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름 등을 거쳐 현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기항해 있습니다. 구축함 문무대왕함과 군수지원함 화천함으로 구성됐고 승조원은 해군사관학교 74기 생도 140명을 포함한 630명입니다. 지구 한 바퀴 반에 해당하는 5만 9천여㎞ 바닷길을 항해해 다음달 진해 군항으로 복귀합니다.

이국종 교수의 항해는 이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나왔습니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고 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가 바다의 함상이라는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뜻을 해군은 흔쾌히 받아들여 이 교수의 승선을 수락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해군 예비역 수병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해군의 궂은 일, 홍보에는 팔 걷어부치고 나섭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억울하게 방산비리범으로 몰려 옥살이 할 때는 '대한민국 해군 예비역 수병 이국종' 명의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명예 소령 시절이던 2017년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로 귀순 도중 총상을 입은 북한군 오청성을 구하는데 애쓴 JSA 장병들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된 적이 있습니다. 소령 계급장 달린 해군 정복을 입고 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며 '이국종 교수입니다'가 아니라 '소령 이.국.종.'이라고 관등성명을 댔습니다. 명예 장교라는 직위를 가벼이 여길 수도 있지만 명예 중령 임명식 때 이 교수의 얼굴은 비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해군에게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이국종 교수의 지지를 받으니 해군의 신뢰도는 덩달아 올라갑니다. 이국종 교수의 해군 사랑은 이 교수가 군 복무를 하며 해군에 대한 좋은 추억과 건강한 인상, 끈끈한 전우애를 갖게 된 데서 비롯됐을 터. 해군에게 이 교수가 복이라면, 이 교수에게 해군은 자랑입니다.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많이 잃은 우리 군이 곱씹어야 할 대목입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장병들에게 좋은 추억, 건강한 인상, 끈끈한 전우애를 심어준다면 모군을 자랑으로 여기는 제 2, 제 3의 명예 해군 중령 이국종의 탄생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 회복도 기대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