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로 모처럼 '쾌거'를 거뒀다고 고무된 분위기이다.
안으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에 따른 민주당의 탄핵 추진, 밖으로는 '시리아 철군' 파문에 따른 후폭풍에 휩싸여 궁지에 몰린 가운데 국면전환과 반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칫 정국 주도권이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호락호락하게 허용하지는 않겠다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셈법이 통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민주당은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지도부가 아닌 러시아 측에 이번 작전을 먼저 공유한 것을 두고 포문을 열어젖혔다.
이에 더해 탄핵 조사에도 더욱 속도를 내며 트럼프 대통령을 옥죄겠다며 칼날을 벼르는 모양새여서 정국의 긴장도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테러리스트를 죽인 것이 트럼프 탄핵 조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악명이 높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미군 특수부대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살해'와 같은 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요구를 잠재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순전히 오산"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관행과 달리 이러한 일을 의회에 먼저 보고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에는 '무엇인가 일어날 것'이라며 이야기를 한 점을 지적하며 '의회 무시 논란'에 대한 대대적 공론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의 긴장 완화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5월 1일 밤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을 당시에는 의회 지도부가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는데 대해 알고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당시에도 의회 지도부는 현장 급습이 이뤄지는 그 순간,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CNN은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급습 이후에도 한숨 돌릴 틈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바그다디의 자폭으로 재임 기간 최고의 승리 중 하나로 꼽힐 성과를 득점했지만 '전장에서의 승리'가 민주당이 탄핵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모멘텀을 무디게 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승리'로 인해 대중적 지지도 제고 효과를 누리게 되더라도 이는 '반짝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탄핵 조사의 속도 조절 쪽으로 전략을 일부 수정할 동기부여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안정적 지지도 반등을 이룬다면 민주당으로서도 탄핵 조사 속도전에 대한 여론의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오히려 탄핵 조사 드라이브를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실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갤럽 조사 기준으로 빈 라덴 사살 후 일주일 내에 44%에서 51%로 뛰어올랐지만, 그 다음 달 46%로 다시 주저앉은 뒤 여름 내내 계속 하락을 이어가다가 8월 말에는 40%까지 떨어진 바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미정부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는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의 하원 비공개 증언의 여세를 몰아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당국자들을 줄줄이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곧 청문회들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이날 소환 요청을 받았던 찰스 쿠퍼먼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 부보좌관의 의회 출석이 일단 불발되는 등 민주당의 계획도 일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밑에 있던 쿠퍼먼 부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출석 불응 지시와 관련해 법원에 그 결론을 의뢰하는 소송을 제기, 이날 소환에는 불응한 것이다.
CNN은 쿠퍼먼 전 부보좌관이 의회의 소환장을 거부하며 하원의 비공개 증언에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민주당의 계획에 새로운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쿠퍼먼 전 부보좌관 등 다른 인사들의 소환장 불응 시도가 탄핵 조사를 지연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