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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73돌 한글날' 성인 311만 명은 못 읽고 읽어도 이해 못해

[취재파일] '573돌 한글날' 성인 311만 명은 못 읽고 읽어도 이해 못해
현재 지구상에서 쓰이는 언어는 7천여 개이지만 평균 2주에 하나 꼴로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전체 언어 가운데 절반이 몇 세대 안에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언어의 소멸로 고유한 문화와 가치, 지적 자산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전 세계에서 불과 200∼300개 언어만이 교육과 공공 분야에서 쓰일 뿐이고 인터넷에서 쓰이는 언어는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언어 소멸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언어 순위를 매기는 세계언어목록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한국어 사용자는 2018년 기준 전 세계에 7천720만 명으로 세계 13위입니다. 또 경제 발전과 한류의 확산에 힘입어 한글을 교육시키는 나라가 급속하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어 능력시험' 참가자가 첫 시행연도인 97년보다 120배 이상 증가해 32만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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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율은 2008년 기준으로 98.3%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를 보면 세계 177개국 중 17위입니다.

나아가 한글은 인터넷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소리의 최소 단위인 음소 입력에 필요한 평균 타수 또한 한글이 다른 언어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마자의 경우 음소 입력이 필요한 평균 타수는 2타이지만 한글은 1.3타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인터넷·정보화 시대에 대한민국의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우연히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글자를 읽지 못하거나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성인이 300만 명이 넘습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교육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문해 단계(수준1)의 성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7.2%인 311만 명입니다. 또 기본적인 문자 해독은 가능하지만 일상생활 활용이 미흡한 단계(수준2)의 성인 인구는 5.1%인 217만 명이고, 단순한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공공과 경제생활에서의 읽기,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단계(수준3)의 성인 인구는 10.1%인 432만 명로 집계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글을 읽을 수 있지만 복잡한 내용의 정보는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이 10명 중 2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대규모 복합 독서문화공간 '지혜의 바다' (사진=연합뉴스)
더구나 문해력은 삶의 가치관과 태도에 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해 능력에 따라 생활 만족도나 정치 관심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해 수준4 이상의 경우 생활 만족도가 87.2%로 나타난 반면, 수준1·2·3의 생활 만족도는 75.7%, 75.7%, 81.6%에 머물렀습니다. 정치 관심도도 수준4 이상은 52.3%로 높지만 수준1·2에서는 31%와 36.4%로 저조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문해력과 상관관계가 높은 독서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교과서, 학습참고서ㆍ수험서ㆍ잡지ㆍ만화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은 성인 59.9%, 학생 91.7%였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성인은 5.4%포인트, 학생은 3.2%포인트 감소했고, 성인 독서율은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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