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2곳 피격과 관련,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리스 존슨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존슨 총리는 또 미국이나 사우디의 요청이 있다면 영국이 중동 우방국의 방어를 증강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노력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언급했다.
존슨 총리는 드론(무인기)과 순항 미사일이 동원된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에 대해 "영국은 이번 공격에 이란의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사우디가 이번 원유시설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영국은 이란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존슨 총리는 이어 "우리는 걸프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미국 및 유럽의 우방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이번 유엔 총회 참석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걸프 사태와 관련, 영국은 유럽 우방국과 미국 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를 근거로 지난 70년간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을 포함해 유럽 국가들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를 잘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불완전한 합의라며 일방적으로 핵 합의에서 탈퇴했다.
존슨 총리는 걸프 지역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교적 대응을 강조했으나 군사적 지원 요구에 대해서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 이후인 지난 20일 중동지역의 방위력을 증대하기 위해 사우디와 UAE(아랍에미리트)에 군 병력과 군사 장비를 추가로 파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관리들은 추가 파병 규모가 수백명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그것(미국의 추가 파병 계획)을 긴밀히 팔로우할 것"이라면서 "사우디나 미국 측으로부터 영국이 나름의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받으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려할 것이다. (어떻게 도울지는) 정확한 계획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 관리는 AP·로이터 통신에 친(親) 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원유시설을 공격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면서 이란제 순항미사일 파편이 피격장소에서 발견됐다는 점과 공격의 정교함이 이란의 개입을 매우 매우 확고하게 말해준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그러나 이번 공격에 동원된 드론과 미사일이 이란 영토에서 발사됐다고 믿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한편, 이란은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이 자국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으며 이란이 보복 공격을 받으면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