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0억 원대 세금을 체납한 기업인이 아무 권한도 없이 사립학교 경영에 개입하며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은 취재 과정에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옥중에서 자필로 쓴 편지를 입수했는데, 빨리 나가고 싶어서 학교 돈을 끌어다 벌금을 내려했던 정황이 드러납니다.
먼저 박재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교도소 수감 중 학교 운영에 대해 지시하는 동영상을 촬영했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이 회장의 지시는 동영상뿐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학교 측에 전달됐습니다.
이 회장이 옥중에서 썼다는 편지도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했습니다.
작성 시기가 2018년 6월로 보이는 편지에는 "몇억 때문에 이곳에 더 있다는 것이 너무 속이 상한다"고 적었습니다.
벌금 14억 원을 모두 내야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가석방 심사 날짜들을 언급하면서 "이미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이런 일이 말이 되느냐"며 측근들을 다그쳤습니다.
[학교 관계자 : 벌금을 내면 (가석방) 대상에 올라가고, (수형기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변호사 통해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이후 편지에서는 벌금 마련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이 회장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5억 원이니 나머지는 마련해 보라는 겁니다.
그래도 모자라면 학교 돈 6억 5천만 원을 일단 자신이 먼저 쓰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어떻겠냐고 측근들에게 얘기합니다.
[학교 관계자 : (주위에서) 다 채워준다고 했지만, 정확하게 그 시간에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일단 학교 돈을 먼저 쓰고 가자는 거죠.]
학교 공금을 마치 개인 쌈짓돈처럼 쓰려한 겁니다.
이런 시도는 그러나 학교 내부의 강력한 반발로 막판에 무산됐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한 이규태 회장의 편지는 2017년 봄부터 2018년 여름 사이 작성돼 측근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 관계자 : 회장님이 전달하라는 메시지라고 하면서 그렇게 알려 줬어요. (비서) 통해서 오고 운전기사님 통해서 전달해 주실 때도 있고.]
이규태 회장 측은 옥중편지를 보낸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다만, 당시 이 회장 변호인은 이 회장이 준비한 서류를 받아 운전기사에게 전해준 적이 있다며 편지의 필체도 이 회장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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