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日 도쿄 인근 가와사키시 현장에서 경찰이 감식에 나서는 모습
일본에서 중장년의 '은둔형 외톨이'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장기간 집에 박혀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28일 아침 등굣길에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51살 이와사키 류이치 씨가 히키코모리 성향을 가진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초등생 등을 상대로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초등학생 1명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습니다.
부모가 이혼하고 어린 시절부터 삼촌 부부 밑에서 자란 그는 장기간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집에 틀어박혀 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 후 고령의 삼촌 부부가 과거 나가사키시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개호 인력을 집에 들일지 고민하면서 히키코모리 성향이 있는 이와사키 씨가 반대할까 봐 걱정이라는 얘기를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대량 살인 사건을 다룬 잡지 2권을 발견했으며, 방에 틀어박혀 이런 잡지를 읽으면서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어제(2일) 발생한 전직 차관의 장남 살해사건도 히키코모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을 지낸 76살 구마자와 히데아키 씨는 도쿄도 네리마 구의 자택에서 장남 44살 에이 이치로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는데, 구마자와 씨는 경찰에 "아들이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 내 폭력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 경찰 조사에서는 가와사키 집단 살상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장남도 남에게 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은 아들이 근처 초등학교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고 화를 내는 것에 대해 구마자와 씨가 '주위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꾸짖으면서 싸움으로 번져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장년의 히키코모리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등장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일본 사회에서는 히키코모리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경기 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부각됐지만,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지 않은 채 20년가량 세월이 흘렀고 20~30대이던 히키코모리 청년은 방에 틀어박힌 채 40~50대의 중장년이 됐습니다.
일본 내각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40~64세 히키코모리 인구는 무려 61만 3천 명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히키코모리 관련 범죄를 이유로 모든 히키코모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히키코모리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사실에 비춰볼 때 맞지 않는 일일 뿐 아니라 히키코모리를 줄이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진=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