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방침을 경고함에 따라 백악관 내 대중국 매파들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해설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경고는 백악관 내 매파들의 승리라고 진단했습니다.
그간 대중국 강경파와 온건파가 백악관에서 맞서 오다가 이번 관세부과 위협으로 매파가 다시 우위를 점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 2천억 달러 규모에 부과하던 관세 10%를 오는 10일부터 25%로 인상하고 3천25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조만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에서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매파로 분류됩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함께 무역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에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협상 결렬 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므누신 장관과 커들로 위원장의 조언을 들어 무역협상 최종시한을 연기해왔습니다.
평소 주식시장을 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앞두고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 시 주가 상승의 긍정적 효과를 노린 것도 온건 노선을 한 몫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전·현직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의 성향이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고 블르버그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경고 다음 날인 6일 므누신 장관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함께 대중 추가관세 부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다만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기존 합의 번복으로 탈선한 무역협상이 제 궤도로 돌아온다면 미국 정부가 관세율 인상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블룸버그는 백악관 내 최고 대중 강경파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 매파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작년 12월에는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으로 지칭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분위기 전환에 맞춰 트럼프 정권의 공신으로 거론되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같은 원조 매파들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배넌은 6일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본능을 따르고 미국이 직면한 역대 최대의 존망의 위협에 대항해 자세를 완화하지 않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강경파의 득세는 비둘기파들의 입지가 다른 문제로 좁아지는 상황에서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부각됩니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혐오하는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주도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추천한 인물이 므누신 장관이었습니다.
커들로 위원장도 최근 자신이 연준 이사로 추천한 허먼 케인과 스티븐 무어가 모두 지명하기도 전에 비판 속에 낙마하면서 대통령의 신임에 중상을 입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보수성향 연구소인 R스트리트의 클라크 패커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싸우는 두 진영 사이에서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밖 의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노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완강히 버티면, 실제로 중국과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이날 밝혔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