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살아있는 곰에게서 웅담을 채취하는 비인도적 곰 사육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농장에서 키우는 곰은 개체 수를 늘리지 못하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몰래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불법 번식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 처벌은 미미한지 장세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야산 중턱의 농장으로 들어서자 철창에 갇힌 곰들이 나타납니다.
가슴에 흰색 무늬가 선명한 반달가슴곰, 엄격히 관리해야 할 멸종 위기종이지만 낡고 비좁은 우리 속에서 사육상태는 열악합니다.
철창은 식용 개를 키우는 '뜬 장'을 본떴는데, 바닥에는 치우지 않은 배설물로 악취를 풍깁니다.
철제 우리가 조잡하게 만들어져서 도망갈 우려도 큰데 실제 이런 곰들이 도망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곰 사육농장 인근 주민 : 걱정이 많이 들죠. 전에 곰이 탈출해 가지고 비상도 걸리고 그랬으니까….]
농장 한쪽에는 갓 태어난 아기 곰 7마리를 따로 가둬놨습니다.
생후 두세 달, 20~30㎝ 크기, 좁은 우리 안에 갇힌 탓인지 걸음걸이가 어색합니다.
문제는 이런 새끼 번식이 허가 없이 멸종위기 동물을 인공 증식한 불법행위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2014년부터 곰 사육 철폐를 위해 개체 수를 더 늘리지 못하도록 사육 곰을 대상으로 일제 중성화 수술을 벌였습니다.
다만, 동물원 같은 전시 관람 시설로 전환할 경우에는 예외를 적용해 줬는데, 이 농장은 이 조치를 악용한 겁니다.
열악한 시설과 환경 탓에 관람객 받기는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곰 구경 오는 관람객들 있나요?) 여기는 없어요.]
이런데도 4년 전 이 농장에서 전시 관람용으로 전환 신고한 곰이 22마리, 이후 3년 동안 불법 번식시킨 새끼 곰이 22마리입니다.
환경부가 농장주를 고발했지만, 처벌은 벌금 2백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녹색연합은 지난주 해당 농장을 확인한 결과, 올해 초 추가로 10마리가 또 불법 번식됐다며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박은정/녹색연합 : 식용이나 아니면 불법적으로 웅담 채취나 이런 것들이 그런 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환경 당국이 몰수 등 실효적인 대책 없이 형식적인 고발에만 그치면서, 멸종위기종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소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