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방금 보신대로 지난밤에도 한국당이 반발을 하기는 했지만, 양쪽이 크게 부딪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주랑 비교를 해보면, 지난주에는 저렇게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공사장에서 쓰는 연장까지 국회에 등장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29일)밤에는 몇몇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있었지만 이렇게 회의장 앞에서 구호 외치고, 또 의원들이 회의장 안에 가서 항의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다 무더기 고발장을 내게 한 국회 선진화법 효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남정민 기자입니다.
<기자>
회의실 앞을 봉쇄하고, 복도에 드러눕고, 한국당 의원들이 총집결한 마지막 육탄저지에서도 밀고 당기는 멱살잡이는 없었습니다.
회의장 변경에 항의하려 몰려왔지만,
[독재 타도!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는 데 그쳤고, 회의 중에는 특위 위원들이 돌아가며 의사진행 발언을 하거나,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 회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썼습니다.
[장제원/자유한국당 의원 : 진정 이런 식으로 해야 됩니까? 선거제를 이런 식으로 해야 됩니까?]
[심상정/정개특위 위원장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조용히 좀 하세요.]
'버티기 농성'도 펼쳐졌습니다.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신중한 투표를 하겠다며 기표소에 들어가 20분간 나오지 않은 건데,
[심상정/정개특위 위원장 : 자, 김재원 의원님, 빨리 나와주십시오. 아니면 회의 방해로….]
[김동철/바른미래당 의원 : 투표할 생각이 없어요.]
위원장은 결국, 김 의원을 그대로 놔둔 채 가결을 선포했습니다.
회의실 앞 좁다란 복도에 마주 앉은 정의당과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는 때 아닌 '구호 배틀'도 벌어졌습니다.
[헌법 수호! (독도 수호!) 헌법 수호! (독도 수호!)]
[문재인 독재자! (박정희 독재자!) 문재인 독재자! (박정희 독재자!)]
민주당과 정의당 당직자들이 한국당의 구호 앞부분을 바꿔서 외치는 통에 전혀 다른 뜻이 된 것인데, 현장에는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젯밤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예상과 달리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지 않은 데는 이미 국회 폭력사태로 고발에 추가고발이 겹치며 여야 의원 모두 79명이 고발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몸이 밀착되거나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채증을 시도하려는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양당 보좌진들도 어제 회의가 소집되기 전 문자 메시지를 돌려 절대 몸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동물 국회, 짐승 국회, 각종 오명을 뒤집어쓴 국회 대치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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