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인물은 특히 대한제국 시절 일제의 이권 침탈을 위해 한반도에서 지폐 발행을 주도하고 스스로 지폐 속 초상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폐 도안을 전면 쇄신한다며 이 중 1만 엔권에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구한말 화폐를 발행하고 철도를 부설하는 한편 경성전기 사장을 맡으며 한반도에 대한 경제 침탈에 전면적으로 나선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특히 한반도의 첫 근대적 지폐에 등장해 한국에 치욕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구한말 대한제국에서는 1902~1904년 일본 제일은행의 지폐 1원, 5원, 10원권이 발행됐는데, 이 세 종류 지폐 속에 그려진 인물이 바로 당시 제일은행의 소유자였던 시부사와 에이이치였습니다.
대한제국은 1901년 외국 돈의 유통 금지와 금본위 제도의 채택을 내용으로 하는 자주적 화폐 조례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일본 제일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것을 요구한 뒤 무력시위를 통해 대한제국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고, 은행의 소유자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을 지폐에 그려 넣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과거 한반도 침략의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임에도 새 1만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을 넣으려 하는 것에는 과거사를 부정하는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을 놓고 일제 식민지배의 피해국인 한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것이라는 비판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돈 10만 원과 비슷한 가치인 1만 엔권 지폐는 일본 지폐 중 가장 고액권입니다.
아소 부총리는 이날 화폐 쇄신 계획을 발표하며 "국민 각계각층에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분들을 (새 화폐 속 인물로)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새 지폐에 들어갈 인물은 일본 정부의 재무성이 일본은행, 국립인쇄국과 협의한 뒤 최종 결정됩니다.
재무성은 새 지폐를 5년 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