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클럽 버닝썬에 간 A 씨는 2층 VIP룸에서 성폭행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A 씨/최초 신고자 : 처음 눈에 들어온 게, 여자가 아예 의식 없이 소파 위에 누워있었고…]
바로 112에 신고했지만, 두 시간 뒤에야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내용도 황당했습니다.
[A 씨/최초 신고자 : 전화를 했으면 (경찰이) 신고 상황에 대해서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거든요. '경찰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클럽에서 신고를 했죠?' 이런 식으로 운을 떼 버리니까…]
이런 사실이 지난 토요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지면서, 경찰에선 부랴부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에 나섰습니다. 내부 보고를 위해 진상보고서를 만들었는데, 당시 출동기록표까지 함께 입수했습니다. 경찰의 안일하고 무능한 대응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 총력 동원해야 할 '코드 제로'에 단 2명 출동
최초 신고는 07시 09분, 강남의 클럽에서 성폭행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대응 단계는 '코드 제로'. 이 '코드'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경찰은 112 신고가 들어올 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우선순위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눠 대응합니다. 코드 2부터는 비교적 긴급하지 않은 신고, 코드 1 이상은 긴급한 신고입니다.
● 문 앞까지 가 놓고…보안 요원 말에 철수
도착해서 대응은 어땠을까요? 경찰 2명은 버닝썬 클럽 입구에서 철수합니다.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출동 경찰관 2명은 △ 보안 요원의 진술 (VIP룸에는 손님이 없다) △신고자에게 수차례 전화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클럽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종결]
즉, 보안 요원 말만 믿고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고 철수한 겁니다. 경찰 스스로 가장 중대한 신고로 분류했지만, 신고자 말보단 클럽 측에 더 귀 기울인 듯합니다.
SBS는 이후 경찰이 이 사건 처리 결과를 어떻게 남겼는지, 사건처리표를 확인해봤습니다.
[VIP룸이 1개 있어 확인한 바, 이미 손님들이 모두 귀가한 상태였고…불발견 마감함]
경찰에서 말하는 '사건 확인'에 '현장 확인'은 빠져있나 봅니다.
● "추가로 두 명 출동했다"…궁색한 변명
SBS는 관할 강남 경찰서에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지구대에서 두 명 더 뒤늦게 출동했다고 설명하면서, '출동' 자체를 강조합니다.
[경찰관계자 : 처음에 2명이 나가 있었고, 나중에 2명이 추가로 갔었던 거고요. (…) 112 (출동 지령이) 떨어졌는데 출동 안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상식선에서 한 번 얘기해봅시다.]
전문가들은 그건 '무의미한 출동'이라고 비판합니다.
[오윤성/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코드 제로를 떠나서, 사실 일반적으로 신고를 받고 간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사항에 대해서 본인들이 확인을 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때 철수를 해야 하는데 클럽 종업원들의 말만 믿고 그대로 돌아왔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버닝썬-경찰 유착' 철저히 파헤쳐야
어쩌면 이런 사건들이 모이고 또 모여, 버닝썬과 경찰 유착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단체 대화방 멤버들이 "단속 나오면 돈 좀 찔러주면 되지"라며 공권력을 비웃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현재까지 유착 관련 입건된 경찰은 5명. 민갑룡 경찰청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더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50명 넘는 인력을 동원한 이번 수사,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공권력과의 유착' 이 부분을 경찰이 제대로 밝혀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