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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인근 콜롬비아 도시인 쿠쿠타의 종합병원 환자 상당수는 베네수엘라에서 왔습니다. 백신이 부족하다 보니 홍역과 결핵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병원에는 출산을 위해 온 임신부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 임산부를 돌봐 줄 시설과 의사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영양 결핍을 겪는 아이들 때문에 엄마들은 필사적으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현재는 체중이 13파운드(5.9kg)에 불과해 눈조차 뜨지 못하는 2살 아이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24개월 유아 체중은 12kg입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병원에 오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돈을 모았습니다.
이처럼 매일 3천여 명이 콜롬비아를 잇는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걸어서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한때 중산층이었습니다. 올해 50만여 명의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에콰도르와 콜롬비아로 건너갔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전체 인구의 10%인 300만여 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난 것입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최대 국가로 지난해 2만 8천 명이 신청했습니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거리에서 음식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고기를 사는 유일한 방법은 할인한 '썩은 고기'를 사는 것뿐입니다. 올해 인플레이션은 100만 퍼센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하다 보니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합니다. 데오도란트나 샴푸, 세제를 구매할 경우 가계는 적자를 보게 됩니다. 이 때문에 포사다는 6~7일에 한 번 머리를 감습니다. 그렇다 보니 헤어스타일도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머리를 묶는 '포니테일'로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베네수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빈곤층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상위 소득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최빈곤 국가로 떨어진 것일까요? 2000년대 초 베네수엘라 정부는 사회 복지 정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상당한 돈을 빌렸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막대한 석유를 생산하던 당시 정부는 부채를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부는 사회 복지 예산과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됐습니다. 또 사회 기간 시설을 대대적으로 국유화했지만 이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최저임금을 계속 올렸습니다. 올해 초에만 155%나 인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얼마나 더 물건을 살 수 있겠습니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베네수엘라처럼 추락하는 국가 경제는 전통적인 물가인상과 실업률 조사 지표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100만%의 물가상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2년 전부터 실업률도 발표하지 않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라카르도 하우스만(Ricardo Hausmann) 하버드대 교수는 전례가 없는 이런 재앙을 측정할 수 있는 경제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경제 상황 측정을 위해서 1일 평균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칼로리(음식)를 환산했습니다. 즉 개인의 하루 수입으로 칼로리를 얼마나 살 수 있는가를 하는 것입니다. 계산 결과 2012년에는 5만 7천 칼로리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900칼로리에 불과합니다. 하루 종일 일해 번 돈으로 살 수 있는 열량이 900칼로리인 것입니다.
성인은 하루 2천 칼로리 이상이 필요한데, 이것은 가족은 고사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도 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의복이나 교통비, 약품, 거주비 등을 구매하거나 지불할 능력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1일 최저임금으로 10만 칼로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식량 부족은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체중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 성인들은 평균 24파운드(10.9kg)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영양부족과 기아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적 붕괴는 법과 질서 등 사회적 붕괴를 동반합니다. 정부가 자료 공개를 중단했지만, 살인율은 세계 최고로 추정됩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오늘도 베네수엘라를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고난의 시작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