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나은 흥행 성적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성평등을 위해 연예계 유력 여성들이 결성한 단체인 타임스 업의 의뢰를 받아 탤런트 양성 기관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와 IT업체인 시프트7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7년 사이에 전세계 흥행 실적 기준으로 상위권에 오른 350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집중적인 분석 대상이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제작비의 대소 여부를 막론하고 여성 주연 영화들의 전세계 흥행 실적이 남성 주연 영화보다 평균적으로 더 나은 편이었습니다.
흥행 데이터 수집 업체인 그레이스노트 스튜디오 시스템은 영화를 소개하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여배우의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한 영화를 여성 주연 영화로 정의합니다.
CAA와 시프프7의 연구에서는 이른바 '벡델 테스트'의 기준을 충족한 영화들이 더 나은 흥행 성적을 보여주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냈습니다.
벡델 테스트란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영화 속의 양성 평등 평가 척도를 말합니다.
벡델 테스트는 2명 이상의 여성이 출연해 남성이 아닌 다른 주제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와 '쥬라기 공원', 미녀와 야수' 등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실적을 올린 영화들은 모두가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 가운데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들은 전세계 흥행에서 평균 6억1천8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반면 불합격한 영화들의 수입은 평균 4억1천3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CAA 관계자는 "여성이 영화 관객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성 주연 영화가 전반적으로 덜 성공적으로 예단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분석 대상에 오른 350편 가운데 여성 주연 영화로 분류된 작품은 105편이었고 남성 주연 영화는 245편이었습니다.
특히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일수록 남성 주연 영화가 우세했습니다.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를 살펴보면 75편이 남성 주연 영화였고 여성 주연 영화는 19편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종전에 발표된 전문적 연구에서도 흥행 실적 상위권에 속한 할리우드 영화에 이와 유사한 양성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타임스 업의 리사 보더스 사장겸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다양성이 영화사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데이터를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