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단체가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기 전에 국민 눈높이에 맞춰 어떻게 변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는 게 먼저라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강조했다.
숙명여고 사태 등 학교 내신 신뢰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신 평가체계는 물론, 학부모와 교사 간 신뢰 구축방안까지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31일 세종시에서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열어 최근 사립유치원 사태 이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보인 행보에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리는 "한유총이 '공공성 강화' 토론회를 했는데 사립유치원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공공성 강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입장을 내는 게 필요했다"며 "그런데 어제 발표는 국민 눈높이에는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유총은 전날 사립유치원 관계자 4천500명(한유총 추산)이 참석한 토론회를 통해 사유재산 인정과 국공립유치원 수준의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사립유치원과 당국, 교육전문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자며 사실상 정부에 대화를 제의하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사립유치원이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나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수용할 경우 대화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시에도 대화는 한다. 대화를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사립유치원이 엄중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어떻게 공공성을 강화할 것인지 먼저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봤을 때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할 신뢰가 조성돼야 하는데 어제 발표된 내용만 봤을 때는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사립유치원 측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사유재산 인정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시설에 대한) 공적사용료를 주지 않아 이 문제(비리)가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불허 입장을 재확인했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휴·폐원에 대해서는 불법성을 따져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 부총리는 "집단행동이 아니더라도 지역적으로 그럴(휴·폐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진단이 매일 점검하며 대비하고 있고, 그런 일이 생겼을 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시감사 체계 정착을 위해서는 일반 시민 중 감사 경험 등 전문성 있는 사람을 뽑아 유치원 감사에 투입하는 '시민감사관' 제도를 확대한다.
초·중·고교 감사결과 실명공개 문제에는 "유치원이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립유치원과 같은 기준·원칙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학교 내신 신뢰도 문제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법 개정과 단기·장기적인 대책을 계속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문제를) 교육부가 조치하는 데는 한계 있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회와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간·기말고사 외에 수행평가 등 전반적인 내신 평가의 신뢰도가 낮은 점과 관련해서는 "선생님마다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들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는 인식이 있다"며 "평가시스템은 투명하게 객관적으로 할 필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와 교사 간 신뢰를 높이기 위해 내신 차원의 대책을 넘어 장기적인 정책도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의 제도 보완을 비롯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성을 담보할 보완책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