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은 당당했습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1대 0 승리로 장식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케이로스 감독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고 말했습니다.
케이로스 감독은 "모로코 팀을 매우 주의 깊게 연구했다"며 "모로코 선수들이 초반에 강하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초반에 모로코 공격을 철저히 막아 힘을 빼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초반 모로코에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며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온 전술이라는 겁니다.
케이로스 감독은 "전반전 가장 좋은 기회는 이란이 가져갔다"며 "그 한 번의 기회로 모로코의 수비를 흔들었고 게임을 바꿔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이란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석연찮은 이유로 그리스, 코소보와의 평가전이 취소됐고, 나이키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이유로 이란 선수들에게 축구화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케이로스 감독은 훈련장도 캠프도 구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선수들에게 오히려 동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선수들에 찬사를 늘어놓은 케이로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그냥 축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소신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케이로스는 "이란 선수들도 다른 나라 여느 선수들처럼 그냥 축구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며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주된 가치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이란 기자가 승리에 대해 질문하며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자 케이로스 감독은 곧바로 바로잡기도 했습니다.
그는 "기적이 아니다. 선수들이 90분간 집중력을 발휘하고 싸워준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승리로 케이로스 감독은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승리한 두 번째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 됐습니다.
모로코전 승리로, 포르투갈·스페인이 버티는 '죽음의 조'에서 헤쳐나갈 힘을 얻게 된 케이로스 감독은 "다음 스페인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