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난 10일, 60대 택시기사가 20대 취객에게 폭행당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처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협박을 가하는 주취폭력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택시기사뿐 아니라, 시민에게 도움을 주는 구급대원과 경찰도 취객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당하는 일도 많습니다.
■ "의자 발로 차는 건 비일비재"…취객 갑질에 노출된 기사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교통수단 운전기사들은 취객의 갑질에 더 쉽게 노출됩니다. 특히 술에 취한 승객과 둘만 탑승한 채로 이동하는 택시기사와 대리운전기사들은 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취객이 폭행해도 그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0년 경력의 택시기사 송민섭 씨는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주취폭력에 자주 노출되는 기사들의 고충을 털어왔는데요. 송 씨는 "술에 취한 승객이 달리는 차에서 문을 열어 경찰서에 간 적이 있다"며 취객으로 인해 아찔한 순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 "구조하러 간 건데"…시민 보호하려다가 폭행당하는 경찰과 구급대원들
경찰청이 발간한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 검거된 살인 및 살인미수범 995명 가운데 39.2%인 390명이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폭행 범죄의 경우, 검거된 6,427명 중 술에 취해 저지른 범행이 1,858명으로 28.9%에 달했습니다.
취객들의 폭행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습니다. 최근 3년간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된 1만 5천여 명 중 71.4%에 달하는 1만여 명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경찰이 공무 중에 습격을 받아 부상을 당한 402건의 사례 중 78.9%가 취객의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과 구급대원들은 대부분 취객의 싸움을 말리거나, 구조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시민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이들은 주취자가 폭력을 행사해도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 술 마시면 심신장애…주폭 줄어들지 않는 이유 '주취감경'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주폭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주취감경'을 꼽습니다. 우리나라 형법 10조에서는 술 취한 상태를 '심신장애'로 해석해 감경 처분을 내려왔습니다. 주취감경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8년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한 이른바 '조두순 사건'입니다.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지난 2012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강간, 주취폭력, 살인, 절도 등 주취상태 범죄에 대한 감형 기준을 강화했고, 2013년 국회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을 개정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감형을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주취범죄, 여러분은 주취감경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전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