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 대의 대북 확성기 역사로 남는다…북한도 철거 이행할까?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운용하는 국군심리전단은 순차적으로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에 돌입했습니다. 그동안 군 당국은 최전방 지역에서 40여 대의 확성기를 이용해 대북 방송을 해왔습니다. 우리 군은 이동이 가능한 차량형 이동식 확성기와 고정식 확성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동식은 별도의 보관 장소로 옮기고 고정식 확성기는 뜯어내는 방식으로 철거합니다. 오늘 철거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은 국군심리전단이 보관할 예정입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를 군사 훈련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3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한이 곧바로 호응했던 것처럼 확성기 철거도 즉시 이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단 살포를 포함한 다른 적대행위 중지 방안은 남북 정상회담 후속으로 열릴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 1963년 대북 확성기 방송 시작…55년 동안 이어진 남북 간 '말 전쟁'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63년 5월 1일입니다. 서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시작된 첫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2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였습니다. 당시 최전방 지역에서는 북한군의 우리 군 장병 납치와 상호 교전 등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양측의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지 8년 만인 1980년 9월,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남북 간 확성기 방송은 다시 최전방 지역을 오갔습니다. 확성기를 통해 퍼진 남북 사이 '말 전쟁'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특히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심리적 영향에 특히 민감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다양해졌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나 대중가요도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왔고 일기예보와 건강상식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기예보는 대북 방송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실제로 일부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일기예보가 맞아 확성기 방송을 믿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북 확성기 충돌은 지난 2004년 완전히 끝나는 듯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남북은 체제 선전 활동 중단에 합의하고 확성기와 선전 구조물을 철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대북 라디오 방송이 재개됐고, 5년 뒤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 지뢰 도발까지 벌어지자 대북 확성기는 다시 울려 퍼졌습니다.
확성기 철거 조치 등이 담긴 판문점 선언에는 앞으로 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는데요. 오늘 철거 조치가 남북 갈등의 주 무대였던 DMZ에 평화를 가져오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합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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