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를 막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장석명(54)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측이 "국정원 돈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26일 장 전 비서관과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의 속행 재판을 열었다.
장 전 비서관은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을 청와대가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전달하도록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진모 전 비서관이 국가정보원에서 '관봉'(띠로 묶은 신권) 5천만 원을 전달받아 이를 장 전 비서관에게 전해줬고, 이 돈이 다시 류 전 관리관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5천만 원에 대해 "국정원에서 나온 돈이란 사정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된 장 전 주무관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시혜적 행동 등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장 전 비서관은 이날 김 전 비서관 사건의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증거 검토 부족 등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증인신문을 시작하기 전 장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고, 기억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한지 모르는 상황에서 증인신문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증인신문이 시작됐지만 장 전 비서관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조직체계 등을 묻는 검찰 질문에 "제 공소 내용과 맞물려 있어서 피고인일 때 상세하게 설명하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재판장이 "증언거부를 한다는 것은 불리한 부분인데 다음에 증거를 검토하고 정확히 준비한 다음에는 증인신문에 답할 것이냐"고 묻자, 변호인은 "미뤄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로 기일을 잡고 장 전 비서관을 다시 증인으로 신문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