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의사인 남자친구에게 몇 년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다리에 인대가 끊어지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맞기도 했는데, 이 남자친구는 지금 아무 탈 없이 의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 씨는 2012년부터 같은 병원 전공의와 사귀게 됐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났을 즈음부터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피해여성 : 처음에는 사귀는 초반에는 물건을 집어 던진다든지 발로 벽을 찬다든지….]
폭행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피해여성 : 그 수위가 조금 넘어가다 보니까 제가 다리 깁스를 두 번이나 했어요. 아예 걸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됐어요.]
반복된 폭행에 정신을 잃어 자신이 일하던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당시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의 구급 기록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A 씨가 출동한 구급대원을 붙잡고 "머리가 아파요" "때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라고 애원한 상황이 고스란히 기록돼있습니다.
A 씨는 남자친구가 폭행 뒤에는 온갖 회유를 늘어놨고,
[피해여성 : 두 번째 다리 깁스 했을 때는 반지를 사주고 결혼하자고 했어요.]
그게 안 되면 협박으로 A 씨를 놔두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피해여성 : 이걸 말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 의사인데 KCL(전해질)이랑 미다졸람(수면마취제)을 섞어서 죽여버리겠다고 했거든요. '난 의사라서 사람 죽여도 감옥 2~3년도 안 간다'(고 했어요.)]
심지어 남자친구는 A 씨의 치료기록을 몰래 열람하고 A 씨의 진술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다년간의 폭행에도 A 씨의 남자친구는 진료기록 무단 열람한 사실만으로 2개월 면허정지 처벌을 받았습니다.
A 씨 전 남자친구의 가족은 폭행과 이로 인한 상해는 당사자 합의를 통해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 남자친구는 해당 병원에서 수련의를 마치고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해 현재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