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손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 전 국세청장 측이 "국정원의 정치적 의도를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오늘(27일) 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청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들이 출석할 의무는 없어 이 전 청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과 청장을 지낸 2010년 5월∼2012년 3월 국정원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인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에 관여해 대북공작에 써야 할 자금 5억3천500만원 및 5만 달러를 낭비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가운데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은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으로부터 현금 1억2천만원을 활동자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도 있습니다.
이 전 청장의 변호인은 "당시 국정원의 업무협조 요청을 받아 김 전 대통령의 해외 재산 관련 정보를 수집해 국정원에 제공한다는 보고를 받고 승인했던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이것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부분은 전부 부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아 역외탈세 자금 추적에 도움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승인한 것"이라며 "그 이후의 구체적인 행위에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변호인은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서도 이 전 청장에게 돈을 지급했다는 김승연 전 국장 등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등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준비기일은 4월 18일 오전 11시에 열립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