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앓는 아들과 동반 자살하려던 아버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3형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29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8일 오후 7시 30분께 아들에게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가자"며 차에 태워 가던 중 휴게소에 들러 수면제 성분이 든 음료수를 아들에게 건네 마시게 했다.
A씨는 아들이 정신을 잃자 같은 날 오후 9시 45분께 차를 갓길에 세운 뒤 미리 준비해 놓은 물품에 불을 붙여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자신도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고는 차를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차를 몰던 A씨는 오후 10시 30분께 전봇대를 들이받고 멈춰섰고, 이 소리를 듣고 달려온 주민에게 구조됨으로써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아들의 증세가 점점 악화하는 데다 아들이 "왜 병원에 입원시켰느냐. 내 인생을 아버지가 망쳤다"고 원망하는 등 갈등이 심화하자 동반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들인 피해자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두 차례 입원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피고인도 우울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다"며 "피해자가 퇴원 후에도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다소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행히 피해자가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았고, 피고인은 범행 이후 피해자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아내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