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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 경찰관에 '법에 없는 벌금' 선고…대법 "법령위반"

'법에 정해진 형벌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해 위법하다'며 검찰총장이 비상상고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경찰관 직무유기 사건의 2심 선고 결과에 대해 대법원이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비상상고 사건에서는 2심 판결보다 불리한 형을 내릴 수 없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따라 2심이 선고한 벌금형 자체는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비상상고란 형사판결이 확정된 후 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입니다.

이때 대법원은 단심재판으로 사건을 다시 심리합니다.

대법원 3부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54살 송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송 씨를 벌금형으로 처단한 것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이를 지적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는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형법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한 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법정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벌금형을 선택해 피고인을 처단한 것은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송 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근무하던 2015년 11월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린 A씨를 무단 귀가시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송 씨는 A 씨가 파출소장의 지인이라는 연락을 받고 단속현장으로 가 그를 순찰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배 경찰관을 시켜 A 씨의 자동차를 운전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송 씨는 올 4월 해임됐습니다.

하지만 2심은 "1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송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했습니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2심 판결은 6월에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후 직무유기죄는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법원과 검찰이 '봐주기' 재판을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법원이 "법조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법정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실수를 인정했지만, 송씨의 변호인이 부장판사 출신인 사실이 알려져 전관예우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엉뚱한 벌금형 선고로 1심보다 형이 낮아졌는데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검찰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9월 18일 "판결이 확정된 후 법령위반을 발견한 때에 해당한다"며 비상상고를 제기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송 씨는 2심이 선고한 벌금 500만원으로 처벌됩니다.

형사소송법은 비상상고 사건의 경우 원심 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경우에만 2심 재판을 다시 하고, 그 외에는 비상상고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대검 관계자는 "법원이 법령에 정해진 형벌보다 낮은 형벌을 선고해 확정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비상상고를 하더라도 법령위반만을 선언할 수 있고, 선고형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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