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지방의 공립박물관에서 소장품 압류 조치에 나서자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12일 온다체로 방송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1일 아침 일찍(현지시간) 카탈루냐 지방 레이다시(市) 공립박물관에서 스페인 법원이 발부한 영장으로 일부 소장품들을 압류했다.
경찰이 이날 새벽부터 기습작전을 통해 손에 넣은 소장품은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장식함 등 가톨릭 문화재들이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1983년 인근 아라곤 지방의 한 수녀원에서 이 문화재들을 사들인 뒤 레이다의 공립박물관에 소장해왔다.
그러나 아라곤 자치정부는 이 문화재들이 스페인 내전 당시 반출된 것이라며 매매가 합법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스페인 법원은 2015년에 문화재 44점의 반환을 명령했지만, 카탈루냐는 불복했고 스페인 정부는 결국 경찰을 동원해 새벽 이른 시각부터 강제 압류에 들어갔다.
압류가 진행되는 동안 박물관 바깥에선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우리의 재산을 건드리지 말라"고 소리치며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카탈루냐 정치권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한 뒤 문화재까지 빼앗아갔다면서 분노하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공화국을 선포한 직후 기소를 피해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은 트위터에서 "스페인이 카탈루냐를 약탈하려고 쿠데타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지데몬이 언급한 '쿠데타'는 스페인 정부가 분리독립을 강행한 카탈루냐 자치의회와 정부를 해산하고 직접통치에 나선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라곤 자치정부의 마이테 페레즈 문화부 장관은 온다체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카탈루냐가 법원의 반환명령을 계속 어겼다면서 "이번 문화재 압류조치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며 정의가 비로소 실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