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은 '드라마용 배우'라는 편견을 깨고,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나이 37살, 남자 배우의 진짜 멋은 30대 중반부터 나온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애써 꾸미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도 멋스러움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차기작 '창궐'의 촬영에 한창인 그는 장발에 정돈되지 않은 수염을 달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신작 '꾼'을 어떻게 봤냐는 첫 번째 질문에 지금 당장은 평가를 유보했다. 현빈은 "영화는 몇 번 더 봐야 할 것 같다. 시사 날에는 편집 위주로 보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개봉 후 극장에 가서 한 번 더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 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 냉정히 말해 사기꾼 잡는 사기꾼이라는 설정만 빼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는 영화다. 구성적으로 '도둑들'이 생각나며, 스토리론 '범죄의 재구성'이 떠오를 정도로 기시감이 가득한 영화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 지성은 아버지를 잃은 뒤 복수를 꿈꾸며 전문 사기꾼으로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현빈은 "기본적으로 사기꾼은 사기를 쳐야 하기 때문이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지성의 경우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확실해서 더욱 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튀지 않게 먹잇감을 던진다는 구상을 하고 준비를 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밝혔다.
연기보다 어려웠던 것은 분장이었다. 현빈은 후반부 어떤 장치를 위해 특수분장을 해야 했다. 그는 "한 번 할 때 2시간 반에서 세시간 걸린다. 눈,코,입 부위별로 실리콘을 붙인 다음 색깔까지 입혀야했다.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멀티 캐스팅 영화인만큼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영화의 핵심 요소이자 재미였다. 현빈은 "같이 연기하는 신이 많다 보니 시나리오를 볼 때에도 만화책처럼 상상하면서 보게 됐다. 신을 추측 하고 현장을 갔는데 매 신마다 전혀 다른 리액션이 나와 재미 있었다."고 밝혔다.
가장 뜻밖의 리액션을 보여준 배우는 배성우였다고 했다. 현빈은 배성우에 대해 "매 장면 좋은 소스가 뿜어져 나온다. 빈 것을 채워주는 느낌이었다."고 웃어보였다.
드라마 '보디가드'(2003)로 데뷔한 현빈은 올해로 배우 생활 14년 차를 맞았다.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인기와 역량을 꽃피우는 등 정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자 "내려가고 있죠"라고 겸손하게 반응했다.
현빈은 "작품 수에 비례해 나이를 먹고 있다. 인기란 것은 언젠간 식을 것이고, 그 빈 자리를 어떤 것으로 메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 무엇보다 배우로서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까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한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한 덕분에 필모그래피는 풍성하다. 그중 영화 대표작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2010년 작 '만추'(감독 김태용)를 꼽았다.
"영화 자체도 마음에 들었고 촬영 과정에서 도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해외(미국 시애틀) 올 로케이션에 상대 배우도 다른 문화권에 있는 탕웨이였다. 또 감독과 촬영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 스태프도 외국인이었다. 그런 모든 것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뿌듯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현빈은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대중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그런 그에게 지난 1월 개봉한 '공조'는 700만 관객이 호응해준 특별한 영화로 남아있다. 남다른 성취감으로 남아있을 듯 했다.
"내가 했던 영화 중 흥행이 가장 잘됐다. 그 작품의 성공으로 김성훈 감독과 차기작 '창궐'까지 함께 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영화의 흥행을)기뻐하셨다. 개인적으로는 자신감도 얻었다. 흥행 결과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진 않지만, 차기작을 선택하는 데 있어 폭도 넓어지고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관객들에게 받고 싶은 평가는 "'두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잘 본 것 같다'는 반응을 얻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빈은 작품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은 일절 하지 않는 배우다. 이에 대해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사적인 것을 오픈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런 것들이 이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