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충북 영동의 한 의용소방대가 물을 싣지 않은 소방차를 끌고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됐고 지원 인력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화가 불가능할 지경이 된 뒤였습니다.
지난 25일 오전 8시 23분쯤 영동군 추풍령면의 한 정미소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충북도소방본부 상황실에 접수됐습니다.
이는 곧바로 영동소방서와 관할 의용소방대원에게 전달됐고 5분 뒤 가장 먼저 의용소방대가 소방차(펌프차)를 끌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소방대는 화재 현장과 불과 300m 남짓한 거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의 탱크에는 물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소방호스를 뽑아들었지만 방화수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불길 앞에서 아무런 대응도 못했습니다.
이들이 허둥대는 사이 불은 더욱 거세졌고 8분 뒤인 8시 35분쯤 인접한 황간 119안전센터의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건물과 기계설비 등이 시뻘건 불기둥에 휩싸인 상태였습니다.
불은 신고된 지 47분 만에 진화됐지만 정미소 건물(295㎡)과 도정기계, 벼 2t 등이 모두 탄 뒤였으며 소방당국은 피해 규모를 5천만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 A씨는 "조금만 더 일찍 진화 작업에 나섰어도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며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소방당국을 비난했습니다.
물 없는 소방차를 끌고 출동한 사람들은 정식 소방관이 아니라 소방관서가 없는 시골에 조직된 의용소방대원입니다.
이들은 화재 현장에 출동할 때 약간의 수당을 받지만 평소 생업에 종사하는 일종의 자원봉사자입니다.
영동소방서 관할에는 13개 의용소방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5곳은 소방대원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끼리 운영하는 '전담 의용소방대'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도 소방대원 없는 전담 의용소방대로 소방장비 관리 규칙상 이런 곳은 의용소방대장 책임 아래 장비 상태와 출동 태세 등을 매일 점검하게 돼 있습니다.
영동소방서는 뒤늦게 진상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2천ℓ짜리 물탱크가 완전히 빈 상태는 아니었지만 물이 가득 채워지지 않은 원인 등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사는 이뤄지지만 이들이 정식 소방관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추궁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는 "철저하게 조사한 뒤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다만 자원봉사자 성격의 민간인 신분이어서 문책 등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들이 초기 대응에는 실패했지만 곧바로 물을 싣고 와 주변 주택 등에 불길이 번지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며 "초기 대응 실패 뒤 대처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