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위한 대북 제재·압박의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려는 손짓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심세력인 군부까지 압박의 영향권에 걸려든 것으로 자신함에 따라 당분간 군사적 해결책은 뒷순위로 밀려나면서 최대의 제재와 압박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북핵 해결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수행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북한이 서로 '그래, 첫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할 날이 결국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미 간에 메시지가 오가는 2~3개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북미 대화를 위해서는 "김정은이 만남을 원한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 북핵 문제에 가장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평가를 받는 틸러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일종의 자신감이 묻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틸러슨 장관은 '첫 대화'의 성격에 대해 "비핵화 협상 개시는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북미가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 자체가 북핵 해결의 물꼬가 될 수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 정권붕괴, 흡수통일, 북한 침공은 없다는 이른바 '4노(no) 정책'도 재확인하는 등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한 손짓을 재촉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대화론'에 회의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서 대북 발언을 톤다운하며 북미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미 정부의 '대화 해법' 기류는 북한을 외교·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압박 작전이 중국의 적극적인 공조 속에 성과를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미·중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제재가 북한 경제 내부와 일부 북한 주민, 심지어는 군부 일부에까지 어떤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어떤 신호들을 보고 있다. 이는 중요하다"면서 "중국 측에서 자신들이 보고 있는 일부 신호를 우리와 공유해왔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의 키를 쥔 중국의 지원 아래 제재의 파급이 북한 군부에까지 미치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속적인 제재·압박이 북한 내부의 동요를 가져오게 되면 북한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 유지의 핵심인 군부가 대북 제재의 영향권에 들게 되면 김정은은 체제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사면초가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럴수록 미국의 외교적 레버리지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압박은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외교 단절 및 외교관·노동자 추방, 교역 중단 등으로 갈수록 가속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더는 받지 않기로 하면서 북한이 연말까지 양국에서 일하는 노동자 17만 명의 귀국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