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봉사 활동 경험이 있다고 밝힌 50살 유화자 씨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른바 '품위 있는 죽음',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연명 의료 중단을 선택한 겁니다. 유 씨는 내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유 씨는 "연명의료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보면서 자녀들에게도 내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마지막 이별을 하고 싶지 않다"며 "가족들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이전에는 가족 대리인이나 증인 등이 동반한 경우에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었는데요. 자기 결정권이 강화돼 본인 의사만으로도 작성이 가능해지면서 아프지 않더라도 존엄사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들이 존엄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아름다운 이별을 원한다"…존엄사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합니다. 질환 말기 상태이거나 임종을 앞둔 환자가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와 달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인 경우 누구나 작성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들을 SBS 비디오머그팀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로 고통받는 것이 마음 아팠다는 70살 김일경 씨는 "이런 서류를 쓰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 수 있을 거 같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이유를 털어놨습니다.
74살 이말자 씨는 존엄사는 "예전부터 원했던 일"이라며 "스스로의 고통도 덜고 자식들에게 피해도 주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연명의료 중단에도 기준이 있다?
환자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존엄사를 선택했어도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 분야는 정해져 있습니다. 심폐소생술과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와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은 중단할 수 있지만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물, 산소 등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인 경우에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에는 환자 본인의 의사가 가장 우선시됩니다. 환자가 서류 등을 통해 중단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가족들이 반대하더라도 연명의료가 중단됩니다.
만약 환자가 사전에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가족 2인이 연명의료에 관한 일치된 의사를 진술해야 합니다. 가족 2인의 일치된 진술이 없다면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존엄사는 가능합니다. 다만, 시범사업에서는 환자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방식은 제외됩니다.
■ "가족들에게 내 의사 전해달라"…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은?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시범기관을 통해 작성할 수 있고 관련된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적인 항목을 기재하고 나면 작성자는 중단할 연명의료 항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임종과정에서 중단하길 원치 않는 항목을 비워두면 해당 의료는 계속 진행됩니다. 또 연명의료 중단 이후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 행위 등을 제공하는 호스피스를 이용할지에 대해서도 선택하게 됩니다.
기관 담당자에게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된 설명을 듣고 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가족 등이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에 대해 결정하게 됩니다. 이는 가족들이 사전에 서류 작성자 본인에게서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듣지 못했는데 작성자가 임종을 앞둔 경우에 필요한 절차입니다. 이 항목의 '열람 가능'을 선택하면 가족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열람해 작성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취재: 엄민재 /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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