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최근 5만 원짜리 스탠드를 하나 구입하는데, 여기저기 사이트와 블로그 후기를 뒤지며 고심 또 고심,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또 며칠을 고민…. 아무튼 뭘 하나 싼 걸 사려고 해도 고민되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 천원 샵 '다이X' 같은 곳에서 패리스 힐튼 된 것처럼 (색)'깔 별'로 구입할 때를 제외하고는요…호호호. 하물며 5억 원으로 한 번에 어떤 물건을 사라고 하면 어떨까요?
내 돈이라면 1년을 고심한다고 해도 막상 구매할 때는 손이 덜덜덜 떨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잘 써달라고 맡겼는데, 남이 막 쓰면 어떨까요? 치가 떨리겠죠. 바로 그 기분을 제가 최근 느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가 말한 '5억 원'은 서울시가 최근 '남의 돈'(a.k.a 세금)으로 막 쓴 돈을 의미합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시행하는 '유비쿼터스 사업' 일환으로 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엔젤 아이즈'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펼쳤습니다. '엔젤 아이즈'라는 앱을 깔고, 앱에 지인 5~6명을 등록시킨 뒤, 마치 영상통화를 하듯 지인을 연결해 화면을 보여주고 안내를 받는 겁니다.
제가 취재한 분은 시각장애인 전자도서관 관장님이셨는데, 스마트폰 사용법을 시각장애인분들에게 가르치고 계실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신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장님은 이 웨어러블 카메라를 받은 지 1년이 다 돼 가도록 접속이 어려워서 사용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5분 넘게 다시 시도해봤지만 실패했습니다. (저랑 만나기 전날도 조금이라도 편한 취재를 위해서 열 번 넘게 시도했지만 실패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사실 '엔젤 아이즈' 앱이라는 것도 돈 들여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리는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영상통화와 똑 같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앱을 깔고 지인 등록까지 해야합니다. 그냥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인과 영상통화를 하면 될 것을요….
웨어러블 카메라도 마찬가집니다. 쓰고 있으면 10분도 안 돼 관자놀이가 아프고, 쓰고 다니기에도 너무 눈에 띄어서 쓰기가 꺼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웨어러블 카메라를 만든 업체 취재 결과, 웨어러블 카메라는 애초에 시각장애인 용도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건설현장, 산업현장에서 원격 지휘할 수 있게끔 만든 거였습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기성품을 그대로 갖다 쓴거죠.
백번 양보해서 기성품을 그대로 갖다 쓸 수 있다고 칩시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니 개발비도 적게 들고,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가장 화나는 부분은 이 업체도, 서울시도 시각장애인에게 이 기계를 배포하면서 단 한 번도 시각장애인에게 직접 검수를 한다던가, 착용을 하게 해본다든가 등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도 물건을 살때, 아무리 심사숙고를 하고 구매를 했다고 해도 사고난 뒤, '잘못샀구나~' 싶을 때도 분명 있습니다. 똑같이 국가에서 내 놓은 모든 정책 사업이 성공할 순 없겠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정성들여서 내 물건 고르듯이, 따져 본다면…. 적어도 '심사숙고' 했다는 부분이 국민의 공감을 사고 신뢰를 얻는다면 그 '시행착오'도 빛이 되고 소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