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초 국군 의무사령부가 당시 모 국군병원에 복무 중인 군의관 A 씨를 감찰했습니다. A 씨에게는 여러 비위 의혹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 하나는 ‘과잉 진료’였습니다. 자신이 진료한 병사 중 상당수에게 내시경을 권유해 시술했다는 겁니다. 언뜻 보면 ‘들여다 볼 일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비용이 많이 드는 시술, 공짜로 해주는 게 오히려 잘한 일 아닌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술을 받았던 병사들의 진술과 해당 군 병원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A 씨는 해당 군 병원에 전입오기 전까지 특히 대장 내시경 시술은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그래서 선임 군의관들에게 배우며 시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보자 B 씨는 “CT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아 굳이 위·대장 내시경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자기가 내시경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군대에서 그쪽으로 많이 해보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제보자 C 씨도 취재진에게 “A 씨가 무리하게 내시경 시술을 한 면이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가 병사들을 진료한 뒤 약을 처방하는 대신 위·대장 내시경을 권유해 시술했던 사례를 얘기해줬습니다. 당시 C 씨가 A 씨에게 “병사들에게 왜 약을 주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약을 먹이면 증상이 좋아져서 병사들이 내시경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랍니다.
또 다른 제보자 D 씨의 진술은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지난해 4분기 A 씨의 대장 내시경 시술 건수가 다른 군의관과 비교해 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사들의 입원 당시 간호 기록과 진료 차트를 살펴봤는데, 특별히 내시경을 시술할 만한 이유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사람 3명이 말을 맞추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속담입니다. 혹시 해당 군 병원 관계자들이 A 씨 한 명을 음해하기 위해 취재진에게 거짓을 말한 건 아닐까요. 이제는 A 씨에게 진료를 받았던 병사들을 만날 차례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실체적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당사자입니다. A 씨에게서 내시경 시술을 받은 병사들의 말을 가감 없이 옮겨 적어보겠습니다.
-A 씨에게 진료를 받을 때 구토 증상이 있어 입원을 하라 했고, 설명과 동의 없이 CT 촬영과 위·대장내시경을 시술했습니다. 입원 중에도 아무 설명과 의료 진행에 대한 언급 없이 A 씨가 하라는 대로 했고 저의 의사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임병 또한 같이 입원해서 저와 같은 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마루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근 만기 전역한 소모 씨의 진술)
-복부 CT를 검사했는데 정상으로 나왔고, A 씨가 제 눈이 노란 이유를 확실하게 더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자고 하셔서 제 증상 확인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줄 알고 했습니다. 당시 내과 사람들끼리 같이 입원을 했는데 A 씨에게 치료를 본 사람들은 거의 다 내시경 검사를 했습니다. 전 A 씨가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실습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역 백 모 일병)
이 두 명의 병사뿐만이 아닐 겁니다. 이들이 진술했듯 같이 내과에 입원한 선후임병들도 비슷한 일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A 씨의 ‘과잉 진료’ 의혹에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국내 소화기내과 권위자들에게 물어보니…
구토와 황달 증세에 위내시경은 그렇다 쳐도 대장 내시경을 꼭 해야 했을까요? 취재 과정 내내 품었던 의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군 병원 관계자들은 일단, A 씨가 대장 내시경을 시술한 병사 대부분은 CT 검사 등에서 특별한 소견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병사의 몸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대장 내시경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의사 고유의 진료 영역일 수 있어 함부로 예단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소화기내과 권위자 2명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김나영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구토나 황달 증세로 환자가 찾아왔다면 위 내시경을 할 수 있고, 대장 내시경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사전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다면 대장 내시경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의사들도 임상연구를 통해 내시경 시술 환경을 배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취약군(장애인, 후배 의사 등)에게 하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태일 연대 소화기내과 교수도 “차트를 직접 보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뚜렷한 증상 없이 단순히 황달기가 있다 해서 대장 내시경을 한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 역시 윤리적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병사들의 진술대로 그들의 적극적인 동의 없이 의사의 의지가 세게 반영된 내시경 시술이었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A 씨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A 씨를 감찰한 국군 의무사령부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요. 이어지는 후속편에서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