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 형태의 생활화학제품에서 분사되는 미세 나노물질이 인체 호흡기에 깊숙이 침투해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습니다.
이는 최근 환경부가 스프레이형 제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면서 내용 물질의 위해성을 기준으로 삼은 것과 달리 미세한 입자 크기 자체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연구팀은 시중에 판매 중인 8종의 스프레이 제품을 대상으로 이들 제품에 들어있는 나노 물질이 공중에 분무 됐을 때 기관지부터 폐의 허파꽈리에 쌓이는 양을 추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미국 유명 출판사(ACS Publications)의 편집장 추천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환경 분야 저명 과학저널인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7월호 표지 논문(제1저자 박지훈)으로 발표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나노 기술의 발달로 스프레이 형태의 생활화학제품에도 인위적으로 생산된 나노물질이 첨가되고 있습니다.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나노물질은 지름이 1∼100나노미터(㎚)로 초미세먼지(PM2.5)보다도 작은 크기에 해당합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분의 1입니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스프레이 제품은 5종(가구 세정제 1종, 에어컨 탈취제 2종, 기능성의류 코팅제 2종)이 압축가스에 의해 분사되는 '압축형'이었습니다.
나머지 3종(유리 세정제 1종, 방향제 2종)은 사용자가 손으로 잡아당겨 분사하는 '분무형'(펌프형)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스프레이 제품을 클린 룸에서 공기 중에 분사한 후 허파꽈리에 침착될 수 있는 양을 추산했습니다.
인체 침착량 측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 모델을 사용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이 결과 압축형 제품을 분사할 때 발생하는 입자 중 100㎚ 이하의 작은 나노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85%에 달했습니다.
초미세먼지 기준으로는 나노입자의 약 99%가 이에 해당했습니다.
대부분의 입자가 사람의 호흡기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크기인 셈입니다.
특히 이들 나노 입자는 분사된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3m 지점까지 이동해 수 시간 이상 지속해서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이와 달리 분무형 제품은 압축형 제품보다 크고 무거운 입자가 많아 사용자의 호흡기 노출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큰 입자는 분사됨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 전 실내의 공기 수준과 차이가 없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실제 폐포에 침착되는 나노 입자 수 분석에서는 압축형이 펌프형보다 최소 4.8배에서 최대 15배까지 높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허파꽈리에 다다르기 전 기관지에 침착되는 입자수도 압축형이 펌프형의 1.5∼5배에 달했습니다.
연구팀은 압축형 스프레이 제품을 1m 이내 근접거리에서 분사하면 2m 이상의 먼 거리에서 분사했을 때보다 폐나 기관지에 1.2∼4배 정도 더 많이 침착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윤충식 교수는 "스프레이 제품에 들어있는 나노 물질은 그 성분과 상관없이 초미세먼지 이상으로 폐에 잘 침착할 수 있는데도 그런 위해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이비인후과 전문병원 정도광 원장은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세 물질이라도 스프레이 분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폐나 호흡기에 침투하면 섬유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교수는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할 때 같은 용도의 제품이면 가급적 압축 분사형보다 분무형 제품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부득이 사용할 때에도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호흡기와 멀리 떨어지게 분사되도록 해야 호흡기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