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음성은 고지대라 침수 걱정 안 했는데 이런 물난리 처음"



"순식간에 아파트 지하실에 물이 가득 찼고, 아파트 앞 논은 벼가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한강처럼 변했어요"

지난달 31일 내린 집중호우로 지하실 침수 피해를 본 충북 음성군 삼성면 모 아파트 주민 A(66)씨는 "이곳에 이사 온 지 5년 됐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다"며 혀를 찼다.

아파트 뒤쪽 소하천이 범람하고 앞쪽 논에서 흘러든 물이 순식간에 지상 아파트 주차장을 덮치면서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소하천 쪽으로 난 배수구가 빗물을 흘려보내기는커녕 되레 소하천 물을 끌어들이는 '빨대'로 작용했다.

주차장에 유입된 물은 지하 변전실과 기계실도 순식간에 덮쳤다.

이 바람에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한때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범람한 하천물과 논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온 물이 주차장에 차오르자 주민들은 중장비를 동원해 높이 50㎝ 안팎의 콘크리트 담을 일부러 허물었다.

주차장 물을 빼내고 저층 침수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물도 그제야 빠지기 시작했다.

A씨는 "38가구가 입주했는데 주민이 안 다치고 집이 침수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하천이 범람하면서 이 아파트에서 100여m 떨어진 삼성버스터미널 인근 상가도 화를 입었다.

삼성면 소재지에서 지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B(57)씨가 운영하는 다방에는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가게 안 소파와 탁자가 나뒹굴었다.

방과 주방, 홀 곳곳은 진흙을 뒤집어썼다.

가게를 제집 안방 드나들 듯했던 빗물이 빠졌지만, 다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안전사고 위험성 때문에 아직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B씨는 주방과 홀, 방 곳곳에 촛불을 켜놓고 연신 걸레질을 했다.

B씨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씁쓰레한 웃음만 지었다.

인근 다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파가 물에 둥둥 떠다닐 정도로 물이 찼다.

얼음 보관용 냉장고 2개도 침수됐다.

전날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시간당 70㎜ 안팎의 폭우가 내리면서 삼성면 일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훼손됐다.

금왕읍 내 도로가 침수돼 인근 상가가 침수되기도 했다.

1일 음성군에 따르면 전날 내린 폭우로 건물 침수 28건, 도로 침수 9건, 농경지 침수 34건, 소하천 제방유실 2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해발고도가 높아 웬만한 비가 와도 피해가 나지 않는다는 군청 직원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폭우는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군청 소재지인 음성읍의 해발고도는 161m다.

인근의 청주(57m)·진천군 진천읍(95m)·증평군 증평읍(74m)·괴산군 괴산읍(127m)보다 훨씬 높다.

이런 점 때문에 "음성에서 수해가 나면 도내 다른 지역은 물바다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할 정도다.

수해 예방 차원에서 볼 때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음성군이 2006년 7월 이후 11년 만에 폭우 피해를 봤다.

2006년 당시 금왕읍 주택 17채가 파손 또는 침수됐고, 농경지 255㏊가 피해를 봤다.

하천 둑 11곳이 유실되기도 했다.

음성군청 직원 C(49)씨는 "공직에 입문한 지 올해 13년 차인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이 수난을 당해 시름에 잠겼지만, 일각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시간당 60㎜ 이상의 비가 쏟아졌음에도 해발고도가 높은 덕을 톡톡히 봤다는 얘기다.

음성군의 한 관계자는 "해발고도가 비교적 높고 다른 지역에서 음성으로 유입되는 물이 없어 그나마 피해가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삼성면에서 발원한 미호천은 음성 대소면과 진천을 거쳐 청주로 흐르고, 금왕읍 응천은 생극면을 통해 한강으로 흘러든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