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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1년 전 지하신문 공개…"학생운동에 동학 접목 첫 사례"

민주주의연구소, 학술지에 1971년 전남대서 발간된 '녹두' 창간호 게재<br>반유신 투쟁 밑거름이자 '함성'·'고발' 모태…'녹두장군 혁명정신' 계승 강조

유신 1년 전 지하신문 공개…"학생운동에 동학 접목 첫 사례"
▲ 17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공개한 1971년 전남대에 살포된 지하신문 '녹두' 창간호의 앞면 모습.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 공포를 1년 앞두고 광주 대학가에 비밀리에 살포돼 학생들의 반(反) 유신 투쟁의 밑거름이 된 지하신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는 학술지 '기억과 전망' 여름호에서 1971년 전남대학교에 뿌려진 지하신문 '녹두'를 최초 공개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전남대 지하신문은 1972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발간된 '함성'과 '고발'이다.

김남주(1946∼1994) 시인이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함성'은 1972년 10월 유신 선포 직후 살포된 전국 최초의 반유신 투쟁지로 기록됐다.

이듬해 초 '고발'도 발간한 김 시인과 학우들은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 의해 투옥됐다.

이번에 '녹두'를 공개한 박석무(75·전남대 법학과 63학번)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함성과 고발 두 지하신문은 1년 앞서 발간된 '녹두'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봐야 한다"면서 "녹두가 학생 운동사에 미친 영향은 쉽게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녹두' 창간호는 1971년 10월 13일 발간됐다.

전남대 녹두편집동인회는 "동학의 투혼으로 민족·민주의 횃불을!"이라는 제목의 창간사로 학생들에게 동학혁명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했다.

"봉건적 집단의 혹독한 착취 사슬에서 부지깽이와 쇠스랑으로 일어섰던 위대한 영웅 녹두장군의 혁명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면서 전봉준 장군과 같은 정신으로 군사 독재정권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창간사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구호 위주라 성명서나 선언문 같은 글이지만, 독재권력의 언론탄압으로 진실이 보도되지 못하던 시절에 새로운 언론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각오가 드러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녹두' 창간호는 발간 이틀 전인 10월 11일 전남대생 1천명이 학내에서 벌였던 정권 비판 시위와 그 진압 과정을 주요 기사로 소개했다.

실제 이 시위는 당시 중앙 일간지는 물론 지역신문에서도 기사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녹두'는 요즘으로 보면 A4 용지 두 장 크기로, 앞뒤 양면이었다"면서 "언론이 위축됐던 때 들불처럼 번지던 학생 데모를 알리기 위해 만든 '찌라시' 같은 신문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녹두'는 단 한 차례 간행으로 끝났지만, 학생들은 큰 영향을 받아서 발간 이튿날인 14일부터 나흘간 대대적인 데모가 계속됐다"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의 거점이 된 '녹두서점'과 전남대 투쟁단체 '녹두'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회상했다.

기념사업회는 "'녹두'는 직접적으로는 1971년 대규모 교련 반대 시위에 불을 지폈고, 훗날 반유신 투쟁과 광주·전남지역 학생 및 민주화 운동의 밑거름이 됐다"면서 "역사상 대표적 혁명의 하나인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콘텐츠를 학생운동에 접목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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