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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요구 했더니 돌변…'데이트 폭력'에 매년 46명 사망

'연인 범죄' 매년 8천여건 달해…점차 증가 추세, 작년 8.8%↑<br>"치정, 강력범죄 동기 될 수 있어…주변에 알려 도움 받아야"

고등학교 졸업 후 청주에서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A(21·여)씨는 지난달 28일 집 근처 교회 베란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숨진 지 사흘이 지난 A씨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시신 검안 결과 목 졸림 흔적을 발견한 경찰은 누군가 A씨를 숨지게 한 뒤 버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다음 날 A씨를 숨지게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은 다름 아닌 두 달 전부터 A씨와 동거해온 남자친구 B(21)씨였다.

이들은 10대 시절 2년간 사귀다가 헤어진 뒤 지난 1월 다시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둘 사이에 다툼이 잦아졌고, A씨는 B씨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범행 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끝내겠다"고 결별 통보를 받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해서 화가 치밀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 연인 간의 사랑이지만, 그 결말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집착하면 상대방의 목숨을 앗아가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도 있다.

연인 간에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이 해마다 늘고 있다.

연인의 손에 숨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데이트 폭력을 두 사람만의 사랑싸움으로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이별을 고한 연인에게 불산을 뿌려 살해한 혐의(특가법상 보복살인)로 기소된 박모(52)씨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이나 보복 등은 연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정상 참작이나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 간 폭력 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은 8천367명(449명 구속)으로 집계됐다.

2015년 7천692명보다 8.8%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연인을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쳐 검거된 사람도 52명에 달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3명이 연인에 의해 숨졌다.

해마다 46명가량이 연인의 손에 고귀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의 37.7%는 전과가 없는 사람이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인 간의 치정 문제는 개인의 원한, 채무관계와 함께 주요 살인 범죄 동기 중의 하나"라면서 "순간적인 배신감과 절망감이 조절되지 못해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진 범죄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인 간의 갈등은 상대에게 갑자기 큰 충격을 주지 말고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주변 사람에게 문제를 알리고 공개적으로 여러 사람과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각 경찰서에 '데이트 폭력 근절 특별팀'을 운영하는 등 연인간 범죄에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

경찰관은 형사 입건되지 않더라도 가해자에게 경고장을 발부해 처벌될 수 있음을 알린다.

연인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느끼는 사람은 누구나 관할 경찰서에서 상담을 받은 뒤 보호시설 제공, 경호, 위치 추적 장치(스마트워치) 등 신변 보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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