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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수괴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 있어"…이탈리아 대법 판결 '시끌'

살인을 밥 먹듯 저지른 잔혹한 마피아 수괴일지라도 죽을 때는 존엄할 권리가 있다며 석방 가능성을 열어놓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법원은 5일 25년째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 교도소에 투옥 중인 마피아 '두목 중의 두목' 살바토레 리이나(86)의 변호인이 그의 악화한 건강 상태를 내세우며 제기한 형기 단축 또는 가택 연금 요구를 받아들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잔혹한 마피아 수괴일지라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례없는 잔혹성으로 '야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리이나의 운명은 원심 법원인 볼로냐 법원의 가석방 심의위원회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앞서 볼로냐 법원은 지난 해 리이나가 감옥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가능할뿐 아니라 그가 마피아와 절연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석방 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변호인의 형기 단축 또는 가택 연금 요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볼로냐 법원은 리이나의 육체적 쇠락을 간과했다"며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그는 현재 신장암, 심장병, 파킨슨병 등으로 투병 중이다.

시칠리아 섬을 근거지로 하는 악명 높은 마피아 분파 '카사 노스트라'의 최고 우두머리인 리이나는 영화 '대부'로 유명해진 시칠리아 마을 코를레오네에서 활동하며 수 십 명을 암살하고,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혐의로 1993년 붙잡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죽인 인물들 가운데에는 마피아 소탕에 앞장선 이탈리아의 반(反) 마피아 영웅 죠반니 팔코네 검사,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도 포함돼 있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마피아 희생자의 유가족은 즉각 반발했다.

리이나의 사주로 1992년 폭사한 보르셀리노 검사의 동생인 살바토레 보르셀리노는 7일 발행된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법정은 그들이 판결을 내린 사람이 국가 공무원을 산산조각 내 죽게 만들고, 어린 소년을 산성 용액에 용해시킨 사람과 동일인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리이나는 조직을 배신하고 경찰에 협력한 전 마피아 조직원의 13세된 아들을 목졸라 죽이고, 시신을 산성 용액에 담궈 흔적도 없이 처리한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우 정당 북부리그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역시 "(판결에)할 말을 잃었다"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리이나에 의해)잔혹하게 살해된 수 십 명의 희생자들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내무장관을 역임한 로베르토 마로니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그가 리이나라는 이유로 감옥에서 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는 마피아 '두목 중의 두목'이지만 죽을 때만이라도 존엄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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