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6월 1일 오후, 공수기본교육 250기 교육생들은 강하 훈련을 위해 공군 C-123 수송기에 탑승했습니다. 그렇게 힘들다는 지상교육을 마친 이들은 실전 훈련을 한다는 긴장감 속에 수송기에 몸을 실었을 겁니다. 그런데 서울 송파구에 있는 강하장으로 이동하던 수송기는 짙은 안개와 이상기류로 방향을 잃고 청계산에 추락했습니다. 탑승자는 모두 53명, 수없이 오가던 길이었지만 그날 끔찍한 사고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 사고가 나기 넉달 전인 1982년 2월, 한라산에서 특전사 요원들은 태운 C-123 수송기가 추락해 탑승자 53명 전원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수송기에 같은 인원이 숨진 닮은 꼴 사고였습니다. (한라산 사고는 대간첩침투 작전 중이었다고 군이 발표했지만, 사실 제주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투입된 상태였다)
보통 군에서 군용기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종에 대해선 운행을 중단하고 기체 결함 등 원인을 조사하게 되는데, 당시엔 그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C-123은 굉장히 노후화된 기종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적시에 교체되지 않아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했습니다. 군은 결국 사고가 잇따르자 신형 수송기를 도입하게 됩니다.
청계산에 추락한 장병들은 모두 순직 처리되긴 했지만, 세상은 이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습니다. 군부의 통제 속에 기사 한줄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잊혀져가던 이들을 기억한 것은 특전교육단 동료들과 유족들이었습니다. 사고 장소인 청계산 중턱에 충혼비를 만든 것입니다.
청와대는 차관급이었던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승격한다고 합니다. 실제 조직이 더 커지고,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정부가 보훈 정책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제는 국가 나서 나라를 위해 순직한 이들을 기억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