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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최고 승자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WSJ "시리아서 영향력·독립성 확대…전후 복구 역할 가능성"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의 확실한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와 함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를 지원하는 헤즈볼라는 시리아 반군과 전투를 벌이는 것은 물론, 시아파 대원들을 훈련하는 등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6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은 변화무쌍하고 실체가 모호한 반군 세력에서부터 러시아, 쿠르드, 이라크 민병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장세력이 뒤엉켜 복잡한 국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혼돈 양상을 보이는 시리아 내전에서 헤즈볼라가 단연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80년대 초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점령에 항거하기 위해 조직된 헤즈볼라는 최대 후원국이자 이란 무기의 공급 통로인 시리아 정부 편에 서서 내전에 참여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전투 부대에 역할을 국한하지 않고, 시아파 무장대원들을 훈련하고 각종 사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독립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헤즈볼라가 지휘하는 새 민병조직은 역내 다른 분쟁에도 언제든지 개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국지전에서 주로 활동해온 헤즈볼라가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과 동맹이 돼 싸워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의 승리로 돌아간 알레포 전투 작전도 헤즈볼라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으로부터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는 헤즈볼라는 이제 이란과 함께 아사드 정권을 지켜주고 시리아 시아파 무장세력의 후원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미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앤드루 엑섬은 WSJ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보부와 군부에서 헤즈볼라나 이란의 도움 없이 출세하기는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시리아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미하지만, 국제사회의 인정도 받기 시작했다.

알레포 전투 이후 러시아가 후원하는 협상에도 참가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시리아 특사가 다마스쿠스를 방문했을 때 시간을 내서 헤즈볼라의 대외관계 책임자를 만났을 정도다.

헤즈볼라는 시리아 내전에 가담하기 전에도 이미 정치·경제 활동과 함께 학교·병원 등을 운영하는 사회적 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아사드 대통령의 건재로 시리아 내전이 종결될 경우, 헤즈볼라는 시리아 전후 재건에서도 역할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세계은행 추계에 따르면 시리아 전후 복구비용은 1천8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후 폐허로 변한 베이루트 교외를 성공적으로 복구한 경험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부상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정치권은 헤즈볼라의 게릴라전과 재래식 전쟁 도발 가능성에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헤즈볼라가 시리아에서 거둔 승리를 토대로 이스라엘-시리아 접경 골란고원에 새로운 전선을 형성해 이스라엘을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50년 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점령했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시리아의 골란고원 회복을 돕기 위한 '골란 해방여단'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헤즈볼라의 위협을 논의했다.

미국은 헤즈볼라의 군사력과 테러 도발 능력을 와해하는 것이 미국의 중동정책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헤즈볼라의 위세 확장은 이란의 팽창을 경계하는 걸프 아랍 국가들에게도 골칫거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과 협력에 합의하는 등 지형변화 조짐이 벌써 일고 있다.

아사드 정부는 내전 발발 전 사우디와 관계개선을 시도했고, 이스라엘과는 한때 평화협정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우디가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원하면서 전후 관계 회복은 멀어졌다.

중동 외교가에선 헤즈볼라와 이란이 시리아에서 구축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내전 종식 후 시리아와 역내 국가들 간 관계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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