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늘었고, 양극화도 심해졌습니다. 소득수준별 사교육비 격차도 역대 최대로 벌어졌습니다.
그야말로 '공교육이 사교육에 완패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계속 증가하는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 6천 원으로, 2015년보다 1만 2천 원(4.8%) 늘었습니다.
이는 정부가 사교육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고, 2013년부터는 4년 연속 상승한 수치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국 초중고 학생 수가 2015년 608만 명에서 지난해 588만 명으로 3.4% 감소했는데도, 총 사교육비는 18조 1천억 원으로 2015년(17조 8000억 원)보다 1.3% 늘었습니다.
이처럼 총 사교육비가 늘어난 건 2009년 이후 7년 만입니다. 전문가들은 예체능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을 전체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 사교육비 양극화 심화
사교육비 증가와 함께 두드러진 점은 소득별 · 지역별 사교육비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사교육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소득수준 최상위 가구(월소득 700만 원 이상)와 최하위 가구(월소득 100만 원 이하)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8.9배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사교육 참여율도 최상위 가구의 경우 81.9%였지만, 최하위 가구는 30.0%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소득층 지갑은 얇아지고 고소득층은 두꺼워지는 빈익빈 부익부 상황 속에서,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도 사교육 수준의 차이는 컸습니다. 서울(35만 2000원), 경기(27만 9000원), 대구(26만 5000원), 대전(25만 700원) 순으로 사교육비가 높았고, 전남(16만 2000원)이 가장 낮았습니다.
■ 실제 격차는 더욱 크다…통계의 함정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실제 격차는 더욱 크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월평균 사교육비가 어떻게 25만 6천 원밖에 되지 않는 것이냐는 겁니다.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통계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측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EBS 교재 구입비와 방과후학교 비용, 어학연수비 등을 통계에서 제외해 실제 사교육비 실태와 큰 격차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발표된 연간 사교육비 총액이 18조 1천억 원이었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은 연간 사교육비 총액을 30조 원 이상으로 추정했습니다.
■ 교육에도 '수저 계급론'…격차 줄이기 안간힘
이러한 '교육 격차'의 문제에 대해 교육 당국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일,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며 2008년 이후 9년여 만에 종합 대책을 내놨습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유아기부터 대학까지 단계별로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우선 초등학교 6학년 가운데 장학생 300명을 선발해 중고교에 걸쳐 학습상담과 기숙사비를 지원합니다. 이후 대학교에 진학하면 국가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합니다.
저소득층 유아를 위해서는 국공립 수준의 원비를 받는 '공공형 사립 유치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애 학생, 탈북·다문화가정 학생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교총과 서울시교육청 등은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앙부처의 노력에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당장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고, 다음 정권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또 일각에서는 교육격차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입 등 입시제도에 있기 때문에 대학 서열화 등을 해소할 혁신적인 대입제도 없이는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울러 공교육 강화라는 조치가 없는 한,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는 학생과 부모들을 다시 붙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